정부가 정보통신 연구개발(R&D)에 8295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날 4대 강 살리기와 그린홈 등 36개 사업에 4년간 50조원을 투입, 96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발표에 이은 것이다.
정보통신 R&D 사업은 옛 정통·산자부의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이 통합된 전자정보 디바이스, 정보통신미디어, 차세대통신네트워크, 소프트웨어·컴퓨팅 등 정보통신 4대 분야 산업원천기술개발 사업을 일컫는 것으로, 미래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에 집중돼 있다.
정부 구상에 따르면 미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미래원천기술과 디지털방송 분야, LED 분야 등에 투자가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또 한계 극복이 시급하거나 다양하고 창의적인 연구가 필요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연구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경쟁 R&D 제도’가 시범적으로 도입될 것이라고 한다.
경기 위축이 심각한만큼 예산의 조기집행을 위해 R&D사업의 공고기간을 현행 40일에서 21일로 단축하고 상반기에 정보통신진흥기금 출연예산의 68%를 집행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부처별로도 지경부 5193억원, 방통위 985억원, 문화부 255억원, 행안부 29억원을 투입할 예정이고 이들 4개 부처가 공통으로 추진할 사업도 1833억원에 달한다.
내용적으로 보면 기금 재원 축소에 따른 예산감소가 10.65%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기술개발(1.0%), 인력양성(2.7%) 예산은 소폭 늘렸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정책당국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발표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추진해온 내용을 재포장했거나 조기집행하겠다는 내용이 상당수다. IT산업원천기술개발이나 표준화, 인력양성, 인프라 기반조성, 정보통신응용기술개발 등이 그렇다.
정부가 의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활성화로 이어질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정부가 정보화 예산을 우선순위로 대폭 삭감한 마당에 R&D 부문 예산만 찔끔 늘렸다고 해서 미래성장동력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전날 건설·단순생산직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내놓은 녹색뉴딜 정책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는 마당에 현재와 미래의 먹거리인 IT 분야의 R&D에 투입하는 예산은 그야말로 ‘언발에 오줌 누기’일 수밖에 없다.
기축년 새해, 우리나라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건국 이후 가장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형국이다. 지구촌에 불어닥친 경기침체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를 이른 시일 내에 극복, 선진국으로 도약할지 아니면 후진국으로 전락할지 결정되는 참으로 중요한 시기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최근 경기부양 정책은 단순 일자리 창출과 단기처방 위주에 매몰돼 있지 않느냐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다. 이제라도 미래성장동력 확보, 질 높은 고용 창출,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고루 가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뉴딜은 그런 측면에서 중요한 해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디지털뉴딜의 기반이 되는 IT산업은 우리나라 GDP의 17%, 수출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비중이려니와 고용 창출 면에서도 타 산업을 압도한다. 예비비를 동원해서라도 IT 예산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보다 도전적인 디지털뉴딜의 과제설정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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