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가지 만 빼고 서울대보다 좋아요!’
지난해 말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은 일간지 광고에 이런 카피를 냈다. 서울대를 직접 지명한 것부터가 도발적이었다. 고려대는 학부모, 신입생, 교수 등이 차례로 등장해 장점을 홍보했다. 노이즈 마케팅 소리도 들었다. 최근 국내 마케팅은 ‘지성의 전당’, ‘부드러운 카리스마’ 등 다소 추상적인 문구 대신, 노골적인 비교광고로 변했다. ‘공부 많이 시키는 곳’ ‘취업률 1위 대학’ ‘공무원 양성 전문 대학’ 등이 요즘 헤드 카피다.
4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대학 마케팅에서 이른바 학교 강점을 포장·광고하는 ‘지시형 광고’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우리 학교는 다른 대학에 비해 좋으니 오라’고 요구한다. 경기침체와 학생 모집경쟁이 가열되자, 신입생과 편입생을 타깃으로 했다. 여기에 장학금, 취업알선, 해외학점 교류 등 다양한 미끼들도 들어간다.
지방대는 서울 소재 대학보다 더 적극적이다. 대구에 있는 영남대는 지난해 총선이 끝난 뒤 국회의원에 당선된 동문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해 광고를 했다. 지난해 12월엔 자유전공학부인 ‘천마 인재학부’를 광고하면서 고위공무원 CEO가 되는 길을 인도하겠다는 과감한 카피로 화제가 됐다. 이 학부는 입학생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대기업이 대주주인 학교는 이를 자랑한다. 중앙대는 두산그룹에 인수된 후 두산그룹과의 연관성을 광고에 적극 내세우고 있다. ‘두산과 중앙이 함께하면 못할 게 없다’가 얼마 전 카피였다. 성균관대는 ‘반도체학과’ 등의 개별 마케팅을 통해 삼성과의 연관성을 은근히 내세우고 있다.
특정 학과를 강조하는 ‘핀 포인트 광고’도 등장했다. 입학 성적과 취업이 보장된 간판 학과가 대부분이다. 얼마 전에 숭실대와 광운대는 IT부문 단과대만을 대상으로 홍보전을 펼쳤다.
서울대와 KAIST는 비교광고 주 타깃이다. 다른 대학들이 ‘이 두 학교보다 훨씬 좋다는 식’으로 이들을 걸고 넘어지기 때문이다. 연세대는 하늘 높이 날고 있는 ‘독수리(연세대 상징)’와 벼랑 끝에 서있는 ‘호랑이(고려대 상징)’ 그래픽을 한 지면에 놓은 광고를 신문에 내기도했다.
대학도 이제 경쟁시대를 맞고 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