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새해 증시가 ‘전약 후강’의 흐름을 띨 것으로 전망했다. 또 구조조정 성공, 경기침체 확산, 달러 약세 기조 등의 여부가 새해 증시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꼽았다.
31일 본지가 국내 주요 7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 센터장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전 세계 시장의 글로벌 경기침체로 상반기 주식시장이 약세를 띨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하반기 상승세도 함께 예견했다.
◇코스피 최저 830, 최고 1550=센터장들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최저 830에서 최고 1550선을 움직이는 변동성이 큰 장세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올해 최저점인 900선은 지켜질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센터장은 “코스피지수 900선은 국내 상장기업 이익 전망치의 7배 수준으로 이는 전 세계 주식시장과 비교해도 저평가된 수준”이라며 “이 이하로 하락은 매수시점”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상반기 세계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며 기업실적이 곤두박질하고 부동산 등의 자산가격이 하락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것이란 전망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센터장도 “내년 핵심변수는 도산의 확산 여부다”고 밝혔다. 실물경기의 본격적인 조정이 불과 지난 3분기부터 시작돼 세계적으로 기업 도산의 확산 여부가 주요 변수란 말이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양호하지만 한계기업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 일부 기업의 도산이 불가피해 증시 침체의 폭과 깊이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부동산 가격하락으로 가계 파산도 우려된다.
미국이 제로 금리시대에 진입하며 달러 약세도 세계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김학주 삼성증권 센터장은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가 약세로 전환하면 돈의 흐름이 원자재로 옮겨가 가격이 급등할 수 있어 세계 경기침체를 장기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고 지적했다.
◇내년 주도주는=리서치센터장들은 내년 상반기 주도주가 뚜렷하지 않은 순환매 형태로 주식시장 흐름이 전개될 것으로 예측했다. 상반기 기업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도주를 찾기보다 경기방어주와 정부 정책의 강력한 추진에 따른 수혜주가 상반기 지수대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종목별로는 한전, SKT, 유한양행, KT&G 등 전력, 통신서비스, 필수소비제, 제약 같은 경기 방어주와 신재생에너지, 건설주 등 정부정책 수혜주가 빛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서용원 현대증권 센터장은 “상반기에는 구조조정이 진행돼 주도주로 내세울 만한 종목을 찾기 어렵지만 경기방어주와 정부 정책에 기반한 종목은 타 종목보다 선방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수출주인 IT·전자, 조선, 자동차 등이 주도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반기 이후 경기지표가 개선되는 조짐이 나타나면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이들 기업의 수출 회복 가능성이 높은 것이 이유다. 구희진 대신증권 센터장은 “상반기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면 생산성이 향상된 기업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시장 주도주로 나설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삼성증권과 대우증권, 굿모닝신한 등도 하반기 주도주로 수출주를 꼽았다.
이경민·이형수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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