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한국경제를 이끌 차세대 유망산업을 조사할 때마다 언급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인구구조 변화, 글로벌화, 가치관 및 라이프 스타일 변화, 지속성장을 위한 환경구축, 사회구조의 양극화 등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양성(diversity)’과 ‘통합(integration)’이다. 연구개발(R&D)의 범주에서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현상을 놓고 다양한 사람들이 연구한 결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일 때가 많다.
우리 사회는 서양에 비해 인정과 지연을 중시하기 때문에 개방성이 떨어진다. 쉽게 말해 ‘끼리끼리’ 문화가 발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끼리끼리’ 문화는 21세기 국경 없는 글로벌사회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R&D 주체 간에도 이런 ‘끼리끼리’ 문화는 제거되고 통합이 활발하게 일어나야만 성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의 R&D 사회 역시 대학과 기업 간에 보이지 않는 칸막이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며 신뢰의 기반도 미약하다. 기업은 대학의 연구 결과를 신뢰하지 않고 대학은 기업의 연구 능력을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기업의 신제품 발표회에 가 보면 기업은 기업끼리 성과 발표회를 하고 대학은 대학끼리 논문 발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따라서 기업은 어느 대학에서 누가 어떤 연구를 하는지 모르고 있고 대학은 기업에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를 서로 모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구는 점점 실용성이 떨어지고 독창성도 떨어진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학술대회와 신제품 발표회가 열리는 장소만 봐도 알 수 있다. 이공계 계통 학술단체의 학회를 보면 대부분 조용한 휴양지에서 개최된다. 기업의 개발 성과를 발표하는 신제품 전시회는 대부분 대도시 중심의 전시장에서 개최된다. 학회나 신제품 발표회는 최신의 R&D 정보를 공유하고 확산한다는 목적에서 보면 동일하나, 각자의 생각에만 충실하다 보니 정보의 교류와 확산 측면에서 보면 대단히 비효율적인 면이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은 기업의 과제 성과발표회를 학술대회장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바 있다. 기업의 연구 결과를 학회 참여자에게 전시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한편 대학은 기업의 수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실용성 있는 논문을 쓰기 위한 계기를 마련해주기 위함이었다.
이처럼 학회와 산업이 각자의 다양성을 갖고 R&D를 하더라도 성과를 발표하는 장소만큼은 한곳에서 진행함으로써 학술정보와 시장정보를 동시에 확보한다면, R&D의 정보 교류는 훨씬 빨리 일어날 것이다. 또 R&D 투자의 효율성 증대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학술대회와 신제품 발표대회가 동시에 개최되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보편화한 추세다. 우리도 문화가 확산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 우선 학술단체의 영세성이다. 외국은 학술단체에 대한 기부문화가 발달돼 있어 다양한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한정된 지원금에 의존해야 하므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것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관계당국은 학술단체에 대한 지원이 곧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R&D 효율화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점을 인식하기 바란다. 우창화 한국산업기술평가원 기술평가본부장 woo@itep.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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