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해법은 있다] 디플레이션 공포- 글로벌 성공 기업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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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제지·고무·케이블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유하던 노키아는 1990년대 초 경기침체로 실적이 악화하자 대부분 사업을 매각하고, 새롭게 부상하는 이동통신사업 한 부문에만 집중했다.

#사업다각화에만 집중한 캐논은 1990년대 불황기 과감히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PC·태양전지 등 적자사업을 접고 대신 디지털카메라 신사업에 매진했다.

#닷컴 버블 붕괴와 함께 아이맥(i-Mac) 판매량 급감으로 고전하던 애플은 신성장원으로 MP3 플레이어를 주목했다. 과포화 상태인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애플은 기존 게임의 룰을 파괴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고객에 크게 어필했다.

 

 올해와 같은 경기 침체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은 대표적 기업들 사례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앞이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상승기는 분명히 찾아올 것이며 그 호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IT업계 40%가 닷컴버블기를 겪으면서 순위가 바뀌었다. 모든 기업이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회복기를 준비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앞뒤가 변경됐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한 분야의 선두기업은 불황이 위기가 될 수 있고, 후발기업에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경기가 본격적으로 침체되는 올해가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올해 경기 침체에 적극 대응해야, 하반기 또는 내년·내후년 다가올 호황기에 치고 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말 그대로 ‘위기를 기회’로 삼은 기업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과감한 결단을 빼놓을 수 없다. 기존 굴뚝산업 대부분을 접은 노키아, 적자사업을 포기한 캐논, 그리고 이미 진입장벽이 충분히 형성돼 있는 MP3 플레이어 시장에 뛰어든 애플 등 모두 획기적인 결단을 내렸다.

 김도원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는 불황기 처할 전략으로 ‘바로 행동하라(Act Fast)’를 주문한다. 김 파트너는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1990년대 불황기 두 기업 가운데 한 곳은 구조조정을 빠르게 단행해 몸을 가볍게 한 반면에 다른 기업은 상황이 악화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구조조정에 들어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됐다”며 “충격이 크지만 단기간에 구조조정을 하고 경기 회복기를 준비하는 기업이 향후 좋은 성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과감한 결단을 어떻게 내릴 것인가. 이의 정답은 기업이 놓인 처지에 따라 ‘제각각’이다. 우선 모든 기업은 불확실한 상황인만큼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경기침체가 상반기가 바닥이라는 확신이 선다면 다르겠지만 전문가에 따라 늦게는 내년·내후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상황에서 최선의 경우를 가정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영속을 생각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준비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현금 확보’와 ‘효율성 제고’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평상시에도 마찬가지겠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기업으로서는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상황에 따라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수익이 나지 않는 부분을 과감히 팔아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불황기 기업의 대응전략에 대해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시장지배력 강화(M&A 및 투자확대) △체질강화(소프트 경쟁력 보완) △생존 최우선(재원 확보 및 제휴 파트너 물색) △수익확보(무형자산 활용 현금확보) 네 가지를 주문했다. 이 중 전문가들은 시장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강조된 M&A를 특히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불황기 일시적 자금압박으로 우량기업마저 핵심사업을 매각하는 일이 많다. 선도기업이 불황기 동종업체 인수를 대표적인 시장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사용하는 이유다. 이와 함께 시장지배력·체질 강화 그리고 수익확보 등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투자 확대를 꼽는다. 투자는 기업의 영속과 관계 있으며 특히 불황기에는 경쟁사와의 격차 확대와 동시에 새로운 분야에서의 주도권 확보라는 두 가지 큰 의미가 있다.

 금융위기발 실물경기 침체로 혼란스럽던 작년 11월 한국을 찾은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는 한 강연에서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위축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MS는 올해 작년보다 운영비용을 40억달러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불황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취지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해 10월 “어떠한 외부의 어려운 환경도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글로벌 인프라를 강화하고 성장 잠재력을 키워나가겠다”며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에 소홀하지 않을 것임을 역설했다.

 홍덕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침체기에 들면 유동성 압박으로 단기적 대응에 급급하게 되는 일이 많다”며 “그러나 단기적 대응과 함께 큰 그림(Big Picture)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번 위기가 우리나라에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조환익 KOTRA 사장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한국 제품이 비교 우위를 점하는 ‘역(逆) 샌드위치’ 기회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 제품은 샌드위치 신세에 놓여 있었지만 이번 침체기 저가격 고효율 제품을 찾는 글로벌 기업이 늘어나면서 우리 제품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함정오 KOTRA 성장산업처장은 이와 관련, “그동안 구매라인을 바꾸지 않던 해외 바이어가 불황을 계기로 새로운 발주처를 찾는 등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고 소개한다.

 기업들은 올 한 해 위기를 기회로 돌리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동시에 이들은 정부가 위기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규제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금리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등 경기 부양’ 그리고 ‘자금난 해소 등 기업애로 해결’ 등으로 정리된다. 이로써 내수시장을 살리고 해외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문이다. 이것이 잘 이뤄진다면 기업들은 2009년 기축년을 디플레이션 공포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한 해가 됐다고 당당히 말할 것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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