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현실로]로봇- 또 하나의 내가 생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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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로봇산업에 대한 기존의 생각과 개념이 바꾸는 해가 될 것이다.

정부가 지난 수년간 막대한 지원을 했지만 지능형 로봇산업에서 가시적 성과는 많지 않다. 사람들이 가진 전통적인 로봇세상의 꿈, 기계가 모든 일을 알아서 해주는 노동해방의 시기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 올해 보급될 각종 서비스 로봇들은 무조건 안락한 생활이 아니라 더욱 가치 있고 즐거운 삶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로봇기술이 첨단 IT와 결합하면서 인간노동의 자동화를 넘어 훨씬 원대한 목표를 향해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로봇기술이 추구할 원대한 목표는 아마도 편재성의 충족이 될 전망이다.

바쁜 현대인에게 동일한 시간대의 여러 장소에 자아가 존재하는 ‘편재성’은 복잡한 삶을 꾸려가는 데 필수적이다. 통신기술의 눈부신 발달에도 불구하고 편재성, 공간이동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줄지 않고 오히려 점점 커지는 추세다. 그 코드의 실체는 공간적 거리감이 거의 소멸된 온라인 세상과 아직 그렇지 못한 현실세계가 수시로 부딪히며 나타난 괴리감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생활패턴을 보면 3세대 이동통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UCC, 온라인게임, IPTV, 원어민 영상교육 등 하루종일 네트워크에 붙어서 산다. 글로벌 통신망을 타고 개인의 자아는 빛의 속도로 퍼지는데 정작 실존하는 육체는 초라한 PC방 한 구석에 머문다. 기러기 아빠는 오늘도 전화기를 붙잡고 지구 건너편의 가족과 애틋한 상봉을 한다. 그러나 전화를 끊는 순간 기러기 아빠는 LA 교외의 주택가에서 튕겨나 서울의 온기 없는 아파트에 남겨진다.

이처럼 사람들이 느끼는 시공간의 개념이 달라지면 로봇기술에 투사되는 대중의 욕망도 바뀐다. 새해 지능형 로봇산업에서 성과를 거두는 기업은 축소되는 시공간의 개념을 로봇기술로 구현할 가능성이 높다.

◇원격교육의 혁명, R러닝

R러닝은 통신로봇기반의 원격수업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새해는 영어몰입교육 열풍을 타고 통신로봇으로 원어민 강사와 학생을 연결하는 R러닝이 영어교육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를 전망이다. 확인영어사는 지난해부터 전국의 자율영어학습센터에서 로봇기반의 원격영상수업을 테스트 중이다. 통신로봇을 켜면 상단부 모니터에 인터넷 접속으로 원어민 교사의 얼굴이 나타난다. 통신로봇(교사)은 카메라와 바퀴를 이용해서 자유롭게 강의실 내부를 돌아다니고 학생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질문과 답변을 요구하는 영어회화 수업을 진행한다. 외국인 강사가 직접 강의실에 들어와 수업을 진행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얼핏 보면 요즘 인기를 끄는 영상통신 기반의 영어학습과 비슷하지만 학생들이 느끼는 학습효과는 ‘로봇영어’가 훨씬 낫다. 환율위기로 원어인 강사를 고용하는 부담이 크게 올라가는 가운데 R러닝은 강사와 학생이 직접 마주하는 오프라인 교육의 학습효과를 가상의 온라인 교육환경에서 저렴하게 구현한다. 교육기관은 비싼 인건비를 부담하며 원어민 강사를 국내에 초빙할 필요성이 줄고 농촌지역에도 양질의 외국어 교육을 제공하게 된다. SK텔레콤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로봇기반 영어교육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무선 통신환경이 개선되면서 로봇기반의 R러닝 교육모델은 한국에서 가장 먼저 실용화되고 있다.

◇가상세계로 뛰어든 오락용 로봇=로봇이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넘나들면서 주인을 즐겁게 해준다. 로봇벤처 로보웨어는 가정에서 게임, 교육, 통신 세 가지 모드를 동시에 지원하는 서비스 로봇(E3)을 새해 선보인다. 이 로봇은 X박스와 같은 게임기에 통신, 교육기능을 융합시킨 신개념 제품이다. E3의 로봇콘텐츠는 현실과 가상세계를 교묘히 섞은 것이 특징이다. 로봇이 그림책을 펼치면 책 속의 주인공이 벌떡 일어난다. 로봇과 책 속의 주인공은 서로 술래잡기를 하면서 집 안을 돌아다닌다. 현실세계와 동화나라를 넘나드는 마법을 부리는 비결은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AR는 컴퓨터로 만든 3차원(D) 그래픽을 카메라 영상과 합치시킨 뒤 사람이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각도의 3D 그래픽을 보여주는 기술이다. 책에서 나온 주인공을 모니터에서만 보는 한계가 있지만 실제 영상과 겹치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현실세계와 좀처럼 구분되지 않는다. E3로봇은 카메라를 이용해서 그림책과 벽면, 사람의 옷에서 특정한 기호를 발견하면 미리 입력된 3D 그래픽을보는 각도에 맞춰서 합성시킨 영상을 보여준다. 사용자는 로봇의 내장형 모니터 또는 전용 웹사이트에서 합성 영상을 볼 수 있다. 사용자가 특수한 기호를 새긴 옷을 입고 로봇 카메라 앞에 서면 원격지의 접속자에게 중세기사, 동물 등 다양한 캐릭터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로봇과 게임을 할 수도 있다.

◇청소로봇의 진화

무선 네트워크와 결합한 청소로봇은 이제 방만 깨끗하게 해주는 기능을 넘어서고 있다. KTF는 마이크로로봇과 손잡고 3G서비스인 ‘쇼’와 청소로봇을 결합한 패키지상품의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마이크로로봇이 개발한 청소로봇인 로보캠은 3G모듈과 카메라, 스피커를 탑재해 실시간 영상통화가 가능하다. 외부에서 휴대폰으로 집 안 상황과 노약자를 살피는 홈모니터링 기능도 제공한다. 청소로봇과 3G서비스가 만나서 새로운 형태의 로봇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청소로봇의 진화는 보다 깨끗하게 짧은 시간 내 청소를 마치는 로봇제품의 출현을 부추기고 있다. 에이스로봇의 청소로봇은 룸셀렉터라 불리는 적외선 비콘을 방마다 설치해서 거실과 주방·침실 등 청소할 장소를 선택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신형 청소로봇은 카메라를 통해 한 번 청소한 구역을 피해가는 항법기능이 있어 중국산 청소로봇보다 청소효율이 훨씬 뛰어나다. 다사로봇은 사무실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는 빌딩청소로봇을 상용화한다. 직원들이 퇴근한 후 사무실 내부를 혼자서 청소하고 보안감시까지 해낸다. 이러한 항법기능을 갖춘 청소로봇 덕분에 귀찮은 청소에 빼앗기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 전망이다.

◇로봇, 간호사를 대신하다.

새해에는 간호사를 대신해 환자를 돌보는 간호로봇이 농촌벽지의 의료 활동에 투입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영상통신이 되는 간호로봇(헬로봇)을 지난해 10월 청주시 상당구, 청원군 두 곳의 보건소에 투입한 결과 실용성을 검증했다. 이 간호로봇은 원격제어 또는 자율주행으로 실내외 의료 현장에서 환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 환자는 로봇모니터에 비친 원격지의 의료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영상진료서비스를 받는다. 고정된 PC카메라 앞에 다가서야 하는 기존 원격영상진료의 단점을 극복한 것이다. 의료진이 항시 현장에 없어도 원격로봇으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장점이다. 간호로봇은 영상진료 외에도 환자의 혈압·혈당·맥박·체온·심전도 등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 환자의 생체신호는 무선통신으로 원격지 의사에게 전달돼 의학적 판단에 따른 처방을 받을 수 있다. 간호로봇은 이미 필드테스트에서 효과가 입증됐기 때문에 새해 전국의 보건소, 양로원에 순차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이처럼 로봇의 인공지능이 아니라 유무선 네트워킹을 이용해 인간의 도움을 받는 로봇서비스는 새해 지능형 로봇산업에 주도적 트렌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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