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CDMA 베이스밴드 기술이 죽어간다

　 국산 CDMA 베이스밴드 기술이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국내 한 중소기업이 수년간 땀흘려 개발한 소중한 노력의 결과물이 자금난에 시달려 물거품이 될 지경이다. CDMA 베이스밴드라는 기술적 중요성을 고려, 정부를 비롯한 산업계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CDMA 베이스밴드 프로세서의 상용화는 세계적으로 퀄컴 외에 한국의 이오넥스만이 성공한 기술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오넥스(대표 전성환)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구원의 손길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 회사는 2002년 순수 국산기술로 WCDMA/CDMA2000 1X 듀얼모드 베이스밴드 프로세서를 세계 첫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2004년에는 CDMA 방식의 2.5세대 버전인 CDMA2000 1X 베이스밴드를 세계에서 두번째로 상용화했다. 2006년에 HSPA 방식 베이스밴드 프로세서 설계 플랫폼을 개발, 세계 최초로 7.2Mbps의 데이터전송속도를 시연해 해외 관련 업체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회사의 EV-DO 베이스밴드 프로세서는 2007년 북미에 있는 세계 최대 CDMA 이동통신사업자의 성능 시험을 통과하기도 했다. 여기에 퀄컴에 수백억원의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 CDMA 반도체 판매 라이선스를 세계에서 두번째로 확보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의 세계 최대 통신장비회사가 기술 실사를 통해 이오넥스의 기술력에 감탄했으며, 과거 세계 유수 통신·휴대폰업체들이 파트너십을 희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5년 이후 막대한 개발비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공정 전환이 늦어지면서 이 회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됐다. 중소기업이다보니 지속적인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통신사업자와 휴대폰 제조사의 전략에 따라 제품을 개발하고도 매출을 일으키지 못하는 혼선도 있었다. 한마디로 돈이 없어 투자를 못하고 그 결과 매출도 올리지 못했다.

최악의 경우 이오넥스의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설계자산(IP)들이 해외 경쟁 업체의 손에 넘어갈 우려가 있다. 이오넥스의 자금난이 해외로도 알려지자 최근 대만과 중국의 시스템반도체와 통신장비 업체 일부가 이오넥스의 칩기술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팹리스 전문가들은 이오넥스가 살아날 수 있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줘야한다고 이야기한다.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사장은 “이오넥스의 기술은 국가적 차원의 전략 기술이며, 향후 우리 이동통신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핵심”이라며 “기술을 쌓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무너지는건 한순간일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황수 KAIST 전자전산학부 교수는 “이오넥스는 개발한 모뎀칩을 전 세계에 공급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보유해 기술가치가 더 높다”면서 “휴대폰 핵심부품 개발에 필수적인 시스텝 집적 기술, 저전력 기술 및 프로토콜 소프트웨어 설계력은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