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허준혁 수석부장(40)은 아이디스를 세계적인 기업의 반열에 오르게 한 DVR의 실질적인 개발 주역이다. 2년 전 입사 7년만에 임원급인 수석부장 자리에 올랐다. KAIST 출신인 그는 9년 전 학교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으로부터의 입사 유혹을 뿌리친 채 신생 벤처기업을 택했고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금도 그는 9년 전 자신이 내린 진로 결정에 대해 잘된 판단이라고 느끼며 회사와 같이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사례2. 유미래씨(30)는 오로라월드의 대표적인 그래픽 디자이너다. 3년 전 입사한 그녀는 그래픽 디자인은 물론 직접 자신의 손으로 원단을 재단해 인형도 개발한다. 그녀의 손을 거친 인형들은 미국과 홍콩, 일본 등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현재 그녀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비록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지만 미국 선물용품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3위에 오를 정도로 세계적인 캐릭터 완구 및 선물용품 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그녀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이 곳에서 계속 일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에 근무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들이 주저하지 않고 꼽는 중소기업의 대표적인 장점은 무엇보다도 회사의 성장 속도에 맞춰 자신도 발전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비록 대기업처럼 큰 조직은 아니지만 제품 기획에서 개발에 이르기까지 참여할 수 있는 폭이 넓고 시장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기에 중소기업이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직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보다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제품 기획에서 양산까지 총사령탑을 맡고 있는 허준혁 아이디스 수석부장은 “만약 대기업에 들어갔다면 일개 부속품에 불과했을 것”이라며 “회사 내에서 맡은 역할이 커지면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안목이 생겼고 이를 통해 내 자신도 발전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미래씨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유씨는 “대기업에 근무하는 친구들은 큰 프로젝트에서 극히 작은 부분만을 담당하는데 여기서는 프로젝트를 내가 직접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과가 좋게 나왔을때 뭔가 해냈구나라는 생각에 성취감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중소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올해 중소기업청이 하계 방학 기간 동안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혁신형 중소기업 현장연수’ 결과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서울대 등 62개 대학에서 310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높았던 중소기업 현장연수 프로그램은 대학생이 방학기간을 이용해 3∼4주간 중소기업 현장을 경험하며 중소기업의 역동성과 발전 가능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중기청에 따르면 참여 학생의 86.8%가 프로그램 참여 전 중소기업에 부정적 인식을 가졌지만 연수 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식이 전환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대학생 이승원씨(서울시립대 컴퓨터과학과 4학년)는 “연수 기간 동안 현장에서 실무를 접하면서 덩치가 작은 중소기업이 시장을 더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기술 확보 측면에서도 대기업에 비해 용이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기응씨(아주대 기계공학부 4학년)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크게 얻은 점이 있다면 중소기업이 희망적인 일자리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는 점”이라면서 “전문화된 생산 과정을 지켜보면서 전공인 기계공학 뿐만 아니라 산업공학으로까지 관심의 폭도 넓어졌다”고 말했다.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중소기업이 기술·경영 혁신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긍정적인 인식을 하게 된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또 개인의 비전 및 성장·발전 가능성이 높고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부각됐다.
홍진동 중기청 인력지원과장은 “이번 현장 연수 프로그램이 대학생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판단되는 만큼 내년에는 사업 참여 대상을 전문대학까지 확대하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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