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이 주도하던 인터넷시장이 NHN의 독주체제로 역전된 것은 M&A를 통해서였다.
2000년 4월 당시 다음 시가총액(5200억원)의 절반 수준이던 NHN은 인터넷 검색포털인 네이버와 온라인 게임전문업체인 한게임을 하나로 묶으면서 다음의 세배가 넘는 1조6700억원의 거대기업이 되며 대역전극을 펼쳤다. 이후 NHN은 성장가도를 달려 매출 1조원 시가총액 6조원이 넘는 시장 대표주로 우뚝 섰다. 포털인 네이버로서는 무료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게임으로서는 안정적으로 회원수를 늘리고 장기적으로 게임 커뮤니티를 구성하기 위한 윈윈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M&A의 매력은 인수기업이나 피인수기업 모두 새로운 기회를 접한다는 데 있다. 인수기업으로선 큰 공을 들이지 않고 새로운 시장에 접근하는 기회도 된다.
◇증권업에 입성한 현대가(家)=올 초 증권가엔 현대가의 증권업 진출이 화제가 됐다. 현대기아차와 현대중공업그룹이 각각 신흥증권과 CJ투자증권을 인수한 것. 새해 2월 자본시장통합법 발효의 과실을 따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당초 새로 증권회사를 만드는 방안과 기존 증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결국 내린 결론은 M&A였다. 금융사를 인수해 현대차의 이름을 결합하면 단시일 내에 금융시장의 강자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실제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은 IBK, LIG, 토러스 등 신설증권사에 비해 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황상윤 동양창업투자 본부장은 “M&A가 성공할 경우 새로운 사업이나 시장 진출에 보다 쉽게 진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M&A가 기술, 인력, 유통망 같은 신사업 진출시 필요한 필요한 시간을 단축해주기 때문이다. 또 사업 경험을 제공해 줌으로써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한경쟁 속 M&A는 필수=M&A를 통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경쟁기업을 인수할 경우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점유해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또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 실현이 필수이고 이를 통해 시장 판도가 변화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9일 비벤디의 액티비전 인수합병으로 게임산업 글로벌 기업이 탄생한 것도 이와 같은 배경이다. 온라인게임의 강자 비벤디의 블리자드와 콘솔게임의 강자 액티비전의 합병으로 탄생한 ‘액티비전블리자드’는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액 3조7000억원의 거대 공룡으로 거듭났다. 이는 엔씨소프트 연매출의 10배 이상에 해당한다. 단순히 거대 기업의 탄생일 뿐 아니라 콘솔게임과 온라인 게임의 영역파괴라는 점에서 시장판도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에 자극받은 국내 게임업계도 인수합병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NHN게임스-웹젠, T3엔터테인먼트-한빛소프트, 넥슨-네오플 등이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으로 짝을 맺었다.
◇시장 재편위한 M&A 지속될 것=새해에도 전 산업분야에서 시장 재편을 위한 M&A의 기대감은 높다. 최근 통신시장의 변화도 이를 예고한다.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로 이름을 바꾼 것은 합병을 앞둔 전초전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LG파워콤과 데이콤도 합병을 준비하고 있다. KT와 KTF와의 합병도 시간문제로 보는 견해가 많다. 통신시장의 합병은 유무선 결합판매라는 시장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서 필수란 게 통신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초 매수청구권에 의해 무산된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의 합병, 삼성전자의 샌디스크 인수도 경영진이 합병에 대한 의지가 강해 새해에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진석용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새해 경기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기업들이 위축된 게 사실이지만 한계에 내몰린 기업이 쏟아지는 만큼 우량기업을 인수해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의욕은 산업계에 M&A바람을 몰고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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