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성장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8·15 광복절 축사 직후인 지난 9월, 중앙 부처 가운데 가장 먼저 청와대에 결과물을 갖고 온 곳은 지식경제부였다.
지경부는 ‘그린에너지산업 발전전략’을 통해 9대 분야를 엄선했다. 이 가운데 LED와 전력IT·태양광·풍력은 ‘제1그룹’으로 별도 선별, 산업화를 위한 지원이 보다 강력하게 이뤄지게 됐다.
‘그린오션 정책에 관한 한 부처 간은 물론이고 부서 간 경계도 없다’는 게 요즘 관가의 풍속도다. 국토해양부의 그린에너지 개발 사업이 바로 대표적인 부처경계 파괴형 정책 중 하나다. 국토부는 현재 산하 한국해양수산기술진흥원에서 ‘해양생물을 이용한 바이오에너지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이 끝나는 내년 2월, ‘바이오에너지 개발 마스터플랜’을 내놓겠다는 게 국토부의 방침이다. 이 마스터플랜에는 산업화 적지탐색과 민간기업 활성화 방안 등 향후 10년간 기술개발사업의 중장기 추진전략이 담긴다.
국토부는 또 오는 2010년 ‘녹색물류 인증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물류기업이 공동 배송 활용 확대와 대량 수송수단으로 전환, 장비·설비 개선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화를 추구하는 자발적 실천계획을 제시하면 이를 평가해 인증하는 제도다. 인증업체는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는다.
방송통신위원회도 IPTV와 와이브로 등 신성장동력 산업을 발굴하고 IT정책기관으로서의 위상 확립을 위한 ‘중장기 그린IT 전략’ 마련을 위해 최근 태스크포스(TF)를 가동시켰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녹색성장 관련 분야 내년 예산으로 올해 대비 91.8% 증액된 1416억원을 투자, 에너지·환경 및 미래유망융합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이 밖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저탄소 녹색성장 실현을 위한 문화전략’을 발표하고 기후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능성 게임 등을 개발하기로 했다.
◆새해 그린오션 관련 예산과 주요 정책
내년도 정부의 그린오션 정책의 큰 방향은 관련 예산안을 보면 어림할 수 있다.
먼저 지경부는 내년 녹색성장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3000억여원 더 많은 1조7049억원으로 편성했다. 여기에 국토해양부와 교육과학기술부·환경부 등 9개 부처의 녹색성장 관련 예산을 모두 합하면 총 3조7916억원으로 늘어난다. 구체적으로 녹색기술 분야에 1조3096억원, 신재생 에너지 보급 및 확산에 1조3820억원, 친환경산업 분야에 1408억원, 기후변화 대응기반 구축에 1조619억원이 지원된다.
환경부는 환경분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내년 환경기초시설 예산을 1조9722억원에서 2조3264억원으로 늘려 상반기에 조기 집행한다. 특히 환경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환경기초시설 예산 2조3264억원의 60%가량을 상반기에 집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하수처리장, 하수관거, 공단폐수처리시설 등의 확충사업으로 4만3500명의 고용창출이 기대된다. 또 미래환경인력 양성사업(1150명, 98억원), 환경분야 인턴사업(774명, 106억원), 도·군립공원 및 지자체 쓰레기방치지역에 대한 대청결사업을 실시하는 녹색일자리 사업(2860명, 197억원) 등도 새로 추진할 계획이다.
당장 다음 달부터 녹색산업 관련 장비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세 감면 대상도 대폭 확대된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지경부·관세청 등과의 합의를 거쳐 조세특례제한법 제118조의 규정에 의한 관세경감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을 입법예고하고, 내년 1월 시행할 계획이다.
이 밖에 녹색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내년 초 출범한다. 또 ‘녹색성장 기본법(가칭)’이 제정된다. 특히 이 법은 국무총리실이 ‘포스트 교토체제’에 대응하고자 지난 8월 입법예고한 ‘기후변화대책기본법’을 확대한 것으로, 향후 녹색성장위와 함께 대한민국 그린오션을 이끌어갈 쌍두마차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뷰> 안철식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
“대한민국 그린오션 정책의 성공 여부는 IT의 접목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책적 실패를 거듭해온 태양광·풍력 등 주요 신재생 에너지 분야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따른 우후죽순식 정부 정책으로 하루아침에 산업화되겠냐는 것이 현 시장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안철식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은 “그 해법으로 정부는 IT와의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실장은 “IT와 접목해 비효율적이고 기계적으로만 추진됐던 그린에너지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 9월, 9대 그린에너지 분야 선정 시 이미 세계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LED를 여기에 의도적으로 포함시켰다고 안 실장은 말했다. 그만큼 그린에너지가 성장동력화하는 데 IT가 견인차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 실장은 “녹색전력 IT와 친환경·고효율 발전기술을 녹색전력의 ‘투 톱’ 기술로 선정하고 사업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내년 녹색전력 연구개발 예산 1285억원의 27.6%를 전력 IT에, 34.6%를 친환경·고효율 발전기술에 각각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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