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머릿속에는 ‘SK에너지=SK주유소’, 즉 기름 파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그건 과거의 SK에너지에 국한된 것일 뿐 지금은 결코 아니다. SK에너지는 최근 친환경 기술 및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주력사업인 정유사업보다 미래 신성장동력 개발인 이 부문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고 그 중심에 구자영 사장이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 19일 그룹 인사에서 SK에너지의 그린오션 정책을 주도해 온 구사장이 대표이사로 승진함에 따라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이는 SK그룹 전체의 뜻이기도 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근 “(SK에너지의) 친환경 기술 및 신재생에너지 등 R&D 투자를 늘려 그린에너지 시대를 여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SK에너지는 이미 그린에너지 연구개발에 2051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수소스테이션·2차전지·환경분야의 3대 신사업. 2007년 이미 지난해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에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수소 충전소를 SK기술원 내에 설치했으며 2009년까지 기술 국산화를 이루겠다는 각오다.
천연가스로 만드는 친환경 액체연료인 ‘디메틸에테르(DME)’에 대한 관심도 높다. DME 생산 촉매 공정 및 이용 기술개발에 착수해 실용화를 연구 중이며 2차전지도 2010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 사장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활동은 SK에너지 내부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식경제부 신성장동력기획단 에너지환경산업 분과위원장으로 에너지 분야 성장동력방안을 만드는 데도 일조했다.
그는 최근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열린 저탄소녹색성장국민포럼 강연에서도 “아직 규모는 작지만 그린에너지 사업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문일답>
-신재생에너지가 강조되지만 아직 국가 전체적으로 비중은 매우 낮다. 이 분야에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세계적으로 볼 때, 전체 에너지 중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 이후 지금까지 단지 0.7%의 상승폭을 보이는 등 성장 추세가 극히 미미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과거 20년과는 다른 새로운 20년을 여는 전환점이다. 우선 신재생에너지 생산 단가 절감과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따른 탄소배출권 시장의 형성으로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등 자본유입이 많아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늘어나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SK에너지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중요성이 커질 듯하다.
▲에너지와 환경은 분명 중대한 과제지만 잘만 대응하면 에너지 다원화 시대의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핵심전략 산업이 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 미국이 2025년까지 국력을 키워 줄 6대 혁신기술로 청정석탄·바이오연료·에너지저장소재 등 에너지관련 기술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으며, EU도 재생에너지·자원재활용·지속가능한 빌딩 건축 등 시장잠재력을 지닌 6대 분야를 올해 초 선정하는 등 세계 각국도 에너지·환경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책적 지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위해 정부는 어떤 지원을 해야 할까.
▲정부는 2018년 세계 3대 태양전지 강국, 2013년 세계 4대 그린카 강국 등의 비전을 마련했지만 이를 달성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에너지 환경산업 핵심과제는 기술이다. 기술개발을 위한 국가 차원의 대규모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프로필>
1948년생. 부산고. 서울대 금속공학. UC버클리 재료공학(석·박사). 미국 뉴저지 주립대 공대 교수. 포스코 상무(경영정책, 신사업 본부장). 미국 엑손모빌 기술 경영위원회 위원 및 기술혁신 매니저. SK에너지 P&T 사장
최순욱기자 choisw@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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