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시장이 쉴새없이 쏟아져나오는 고난의 전조들로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지난 17일 내년 반도체 시장이 올해보다 16.3% 축소될 것이라는 가트너 전망이 제기된 직후인 18일 아이서플라이는 4분기 전 세계 반도체 재고량이 3분기 38억달러보다 무려 168% 늘어난 102억달러 규모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 23억달러 규모 재고량에 비하면 5배 가까이 폭증한 수치다. 아이서플라이는 이에 따라 4분기 재고 수준에 대해 ‘적색 경보’를 발령했다.
이 같은 재고량 증대로 반도체 수요가 늘더라도 시장이 회복되기까지 예상보다 더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업체들은 경기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불거지면서 시장 조사업체와 OEM 고객들로부터 나오는 불투명한 예측들로 인해 실제 수요와 공급량을 맞추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데릭 리도우 아이서플라이 회장은 재고량이 급증한 배경에 대해 “당초 4분기 반도체 수요 예측치가 너무 높게 잡혀 있었던 것에 반해 수요는 생각보다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주요 반도체 업체 임원들도 내후년까지 최악의 시련이 불어닥칠 것으로 예측했다. 18일 KPMG와 세계반도체산업협회(SIA)가 85개 주요 반도체 업체 고위급 임원을 대상으로 내년 시장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 응답자의 69%가 향후 12∼18개월동안 수익성이 가파르게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중 33%는 수익 하락률이 10%를 넘어설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조사 대상의 52%는 내년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이중 39%는 매출 감소율이 6% 이상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KPMG가 지난 10월에 진행한 동일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가 내년 매출이 올해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응답자들의 무려 70%가 향후 1년 내 구조조정이 예상되며 이중 40%는 인력 감축 규모가 6%를 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그린IT’에 대한 투자만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응답자의 77%가 내년에 그린 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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