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가 없어도 애플왕국은 끄떡없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내년 맥월드 기조연설에 불참한다는 외신 보도 이후 잡스가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추측이 무성하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의 상징인 스티브 잡스의 퇴임 이후 이른바 ‘포스트 잡스’ 시대를 이끌어갈 애플의 새로운 원동력을 짚어봤다. 포스트 잡스 경영에 대해서는 애플 내부에서도 다양한 견해가 교차한다.
잡스가 회사를 잠시 비운 시기에 애플에 몸담았던 마이클 메이스는 “잡스가 없더라도 소신을 갖고 결단을 내려줄 후임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잡스가 없는 임원급 회의에서는 대부분 최상의 아이디어보다 가장 안전하고 무난한 제안이 채택되곤 한다”고 회상했다.
반면 초창기부터 애플의 엔지니어로 근무한 조지 크로우는 “잡스 CEO가 퇴임 이후에도 애플이 건재할 만큼의 충분한 인력을 확보해뒀다”며 “말단직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에게도 잡스의 감각이 배어나온다”고 우려를 불식시켰다.
실제로 이 같은 낙관론의 배경에는 애플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 전 분야에 걸쳐 포진한 두터운 인재층이 있다. 지난 10월 신형 맥북 라인업을 발표하는 자리에 나타난 임원진의 숫자는 이례적으로 많았다. 이 가운데 실질적인 애플 제품의 디자인을 창조해온 조너선 아이브 산업디자인 수석 부사장은 잡스 이후에도 애플의 혁신을 주도할 핵심 인물로 꼽힌다. 아이브 부사장은 잡스가 ‘천만달러를 줘도 바꾸지 않을 사람’으로 표현한 애플의 일급 자산이다.
아이폰의 운용체계(OS)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부문을 총괄하는 스캇 포스털 수석 부사장도 아이폰의 성공에 따라 급부상하고 있는 인물이다. 올해 그가 두 차례의 연설에서 보여준 쇼맨십이 잡스의 트레이드마크인 ‘프레젠테이션’의 인기를 재현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애플 소매 분야를 책임지는 론 존슨 부사장은 최근 수년간 아이팟과 매킨토시의 부흥을 이끌어낸 ‘애플 스토어’와 함께 조명받고 있다.
팀쿡 최고경영담당(COO)도 잡스의 빈 자리를 메꿀 인물로 자주 거론된다. 지난 2004년 잡스가 암 수술로 자리를 비웠을 때 이미 2개월간 애플의 경영을 담당해본 쿡 COO는 탁월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잡스가 물러날 경우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다.
외신은 다만 ‘아이팟의 아버지’로 추앙받던 팀 파델 아이팟 수석 부사장이 지난 11월 애플을 떠난 것이 무시할 수 없는 전력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의 미래에 대해 디바인캐피털파트너스의 릭 디바인은 “포스트 잡스 체제에서도 애플은 계속 번영을 누릴 것”이라며 “잡스가 떠난 이후 급진적 변화 보다는 실질적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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