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눈이 소담스럽게 내려 모처럼 겨울 눈을 즐겼다. 경기침체로 우울한 12월 연말이지만 눈을 바라보고 있는 순간만은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눈 내리는 겨울 밤 사랑하는 아내나 애인과 한잔할 때 어떤 와인이 좋을까.
보통 식사할 때는 레드 와인을 많이 즐기는 편이나 이렇게 낭만적인 분위기에서는 오히려 달콤한 화이트 와인을 추천하고 싶다.
풍부한 과일 향과 달콤한 맛은 추운 겨울날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마시기 가장 적합하다. 이번 겨울에 즐겁게 마실 수 있는 감미로운 화이트 와인 품종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독일이 원산지인 리슬링(Riesling)은 샤도르네에 이어 전 세계적으로 두 번째 많은 생산량을 나타내고 있다. 독일의 기후가 일조량이 부족해 수확을 다소 늦게 하므로 당도가 높아져서 일반적으로 달콤한 화이트 와인이 되는 것이다. 특히 수확을 늦게 해 완전히 얼어버린 포도송이로 만든 와인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저트 와인인 아이스와인(Eiswein)이다. 최근에는 캐나다에서 비달(Vidal) 품종으로 만든 아이스 와인이 나오고 있다.
세미용(Semillon)은 프랑스 서남쪽 소테른 지역이 원산지며 전에는 다른 품종과 브랜딩 목적으로 많이 사용됐다. 지금은 소테른 지역을 중심으로 포도가 썩는 귀부병에 걸린 포도송이를 수확해 전 세계 최고급 디저트 와인을 만든다.
디저트 와인의 여왕 샤토 디켐은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겨우 한 잔 정도의 디저트 와인을 생산할 정도로 귀한 와인이다. 이 와인은 빈티지가 영(young)할 때에는 황금빛을 띠나 세월이 갈수록 진홍색으로 변하므로 색상을 보고 빈티지를 추측할 수 있다. 달콤함이 입안에 감도나 가벼운 단 맛이 아니라 절제된 깊은 맛이 있어서 샤토 디켐을 마신 사람은 그 향과 맛을 잊지 못한다.
모스카토(Moscato)는 지중해 연안에서 재배되는 품종이다. 달콤한 화이트 와인으로 모든 여성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재배되지만 이탈리아 북서쪽 피에몬테 지역의 아스티 지방이 가장 유명하다. 향이나 맛이 중후하지는 않지만 가벼운 봄바람 같은 상큼한 맛 덕분에 사랑받는다.
구덕모 와인&프렌즈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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