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소재로 활용되어 온 ‘수술 중 각성(intraoperative awareness)’을 방지할 수 있는 길이 물리학과 의학의 학제간 연구를 통해 열렸다.
김승환 포스텍 교수팀, 이운철 미국 미시건의대 연구원(포스텍 박사), 서울 아산병원 노규정 교수 공동연구팀은 마취를 통한 의식의 소실과 회복 메커니즘을 뇌파분석을 통해 처음 정량적으로 밝혀내, 이 연구결과를 이 분야 국제학술지인 ‘의식과 인지(Consciousness and Cognition)’ 온라인판을 통해 발표했다고 10일 밝혔다.
한-미 공동연구팀은 정맥 마취제인 프로포폴(propofol)을 14명의 수술 예정 환자에게 주사한 뒤 의식상태와 마취상태의 뇌 활동을 뇌파로 측정하고, 그 데이터를 비선형 동역학적 방법을 이용해 물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분석 과정에서 신체가 마취되면 의식에서 무의식 상태로 전이하면서 신경계가 가지고 있는 정보통합능력이 현저하게 감소하며, 의식의 소실은 뇌파의 시간적·공간적 자기조직화가 깨지면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의식이 없어질 때 인지를 다루는 전두엽에서 감각을 다루는 후두엽으로 흘러가는 정보가 급격하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결과는 뇌 신경계의 정보통합이 일반 마취에 의해 바뀐다는 인지통합적 패러다임의 직접적인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결과를 통해 마취제나 진정제의 효과를 측정하고 표준화할 수 있게 됐으며, 수술 중 발생하는 각성 같은 의료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됐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는 오래전부터 철학, 과학, 의학적 관점에서 관심을 가져온 문제였으나,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많은 분야로 알려져 왔다. 특히 전신마취로 수술받을 경우에 아직도 환자의 몸을 꼬집어보는 데 의존하는 비과학적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수술 중 각성’ 사고도 드물게 발생하고 있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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