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전투로 무기 국산화 `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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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기 4대 고속 남하” “천마(국산 대공미사일) 16호. 19호 락온, 발사준비 완료”

우리 영공을 침입한 적기는 잠시 뒤 차례로 불덩이로 변해 파주 인근 야산에 처박힌다. 실전 상황은 아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개량형 대공미사일의 요격성능을 테스트해 본 것이다. 수억원대 미사일을 직접 쏘지 않고도 명중률에 영향을 주는 온갖 변수를 조정해 시스템 성능을 향상시킨다.

방산업체 삼성탈레스(대표 박태진)가 지난 8일 공개한 경기도 용인의 방위산업 종합연구소 내부의 M&S(Modeling & Simulation)센터는 첨단 IT를 이용해 육해공 무기체계를 시험하는 가상세계의 전쟁터였다. 전장 환경에 따라 기동전, 방공전, 해상전 등 전장 환경에 따라 4개의 시뮬레이터 장비가 센터 안에서 돌아간다. 한쪽에는 국산 잠수함의 전투지휘시스템에 탑재할 음파 신호 탐지 소프트웨어 시험이 한창이다. 반대편에는 이라크에서 정찰임무를 돌던 장갑차량이 피격을 받고 단 다음 다른 부대에 구조요청을 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육해공을 아우르는 가상전투체계를 가동하기 위해 M&S 센터에는 총 50대의 고성능 컴퓨터가 설치된다.

삼성 탈레스는 최고수준의 M&S 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 2년간 70억원을 투입해 시뮬레이터와 전용 SW를 개발해왔다. 최무순 삼성 탈레스 상무는 “국내 방산업계에 이만한 규모의 시뮬레이션 센터를 갖춘 것은 처음이다. 군의 요구사항에 기만하게 대응하고 국방기술의 국산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삼성탈레스가 M&S센터 구축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배경은 국방무기체계에서 SW 비중이 날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잠수함의 하드웨어를 거의 국산화했지만 전투운영시스템, 잠수함의 SW 체계를 외국에서 패키지로 직수입한다. 외산SW로는 국내 전장 환경에 맞는 무기체계를 추가로 탑재하기 어렵다. 군사기밀을 유출할 가능성도 있다. 군장비에 들어가는 SW기술의 국산화야말로 국방자주화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삼성탈레스는 새로 구축한 M&S 센터를 통해 해군이 발주할 차기 3000톤급 잠수함의 전투지휘시스템과 대규모 기갑전에 필수적인 지상군 전투지휘시스템도 국산화할 계획이다. M&S센터가 보유한 시뮬레이터의 정교한 그래픽 성능이 소문이 나자 밀리터리 게임업체로부터 연락이 오기도 했다.

박태진 삼성 탈레스 사장은 “요즘 전투기 원가에서 SW 비중이 60%를 차지할 정도로 방산분야에서 SW기술의 중요성이 높다. 2010년대 초반까지 세계 정상의 시뮬레이션 기술을 확보해서 국방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삼성탈레스는 총 500억원을 투입한 용인 첨단 방위산업 종합연구소의 준공식을 10일 가질 예정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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