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톱/반도체 경기 불환으로 연말 장기 휴가 도입

 대한민국 IT산업의 상징 반도체 라인이 멈춰선다.

 하이닉스반도체는 365일 내내 24시간 돌아가던 생산라인을 멈추고 임직원을 장기 휴가 보내거나 희망퇴직자 모집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도 통상 징검다리 연휴 때 이용하던 리프레시(재충전) 휴가를 이번 연말에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임직원들은 재충전 기회로 활용한다고 하지만, 세계 실물 경기 침체 늪이 깊어지면서 연월차 수당 등 인건비를 아끼려는 회사의 자구책이어서 마음 한구석은 편치 않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이달 25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11일간 쉬기로 했다. 연·월차를 모두 소진하기 위해서다. 내년 1∼4월 임직원은 2주일 동안 생산라인 가동에 필요한 적정 인력만 남겨 둔 채 순번제로 무급휴가를 내기로 했다. 4개월 동안 반도체 생산 라인에는 70%의 인력만 운영한다. 실질적인 감산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집단 무급휴가를 결정했고 명절선물 15만원 반납 등 복리후생비용을 상당 부분 줄이기로 노동조합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감산과 함께 10∼15년차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자를 모집하는 등 구조조정 작업에도 본격 착수했다. 희망퇴직자에게는 500∼1000%의 위로금를 지급한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도 임직원들에게 리프레시 휴가 사용을 이달 적극 권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04년부터 도입한 ‘리프레시 휴가’는 임직원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연차휴가의 일종이지만 무급 휴가다. 과장급 연 10일, 부장급 연 13일가량이다. 쓰든 안 쓰든 내년 2월에 자동 소멸된다.

 삼성전자가 통상 징검다리 연휴 때 권장하는 ‘리프레시 휴가’를 연말에 쓰라고 영(令)을 발동한 것은 반도체 시황 악화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생산 성장률인 ‘비트 그로스(bit growth)’를 최근 D램의 경우 당초 목표 100%에서 90%로 10% 포인트 낮췄다. 생산량을 목표치보다 줄인 것이다. 연말에는 반도체 생산라인을 100% 가동해도 매출 발생이 쉽지 않다. 크리스마스 이후에는 주요 고객이 휴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반도체를 찍어내도 팔 곳이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직원들이 리프레시 휴가를 쓰려해도 눈치를 보게 마련”이라며 “세계 반도체 경기 침체 속에서도 열심히 일한 임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의욕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리프레시 휴가 소진을 적극 권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리프레시 휴가 사용 권장과 반도체 감산은 별개 문제”라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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