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세기 제임스 와트가 만든 증기기관으로 인해 시작된 산업혁명은 문화, 경제, 사회 구조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공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대량생산체제가 갖춰졌고 20세기를 지나 21세기를 맞이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저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현대문명으로 인한 물질적 풍요를 어느 정도씩 누리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현대문명이 이룩한 성과의 밑바탕에는 공작기계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조명을 덜 받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반도체나 휴대폰 산업을 예로 들면 이해가 쉽다. 대한민국 반도체는 세계 일류 상품으로 꼽힐만하지만 이를 만드는 기계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휴대폰도 CDMA 기술을 이용해 세계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했지만 지난 1995년부터 로열티만 5조원이 넘게 해외로 빠져나갔다.
공작기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선결과제는 원천기술, 브랜드 강화, 업계 홍보다. 사진은 지난 SIMTOS 2008에서 스맥이 선보인 자율주행형 제조로봇
그렇다면 공작기계인들은 공작기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건으로 어떤 것을 주문했을까? `제8회 공작기계인의 날`에서 해답을 살짝 엿보니 조금씩 의견은 다르지만 이구동성으로 원천기술 확보와 공작기계 산업 자체에 대한 홍보, 그리고 세계시장 공략을 위한 브랜드 강화를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제프코퍼레이션 전석호 이사는 "무엇보다 각 업체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모델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면서 "가장 기본적인 부분의 기술 노하우가 아직 부족한 것도 사실이며 공작기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키메스 김형주 대표도 "정부나 기관에서 공작기계나 측정기와 같은 기반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아쉽다"고 덧붙였다.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 박희철 이사는 자동차, 조선, 전기·전자 등이 주요 수출품목인 우리나라는 공작기계 경쟁력이 해당 국가 산업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경제침체로 인한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의견도 주목을 끈다. 한국기계연구원 이찬홍 책임연구원은 "어려울 때일수록 나중을 대비해 업계와 학계가 긴밀한 협조 하에 연구개발이 진행되어야 한다"면서 "자동차만 하더라도 사람보다는 기계가 원가절감 측면에서 더 메리트가 있으며 파급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자동차, 전자산업과 함께 초기 성장 단계에 머물렀지만 2001년부터는 내수와 수출 호조로 급성장을 이뤘다. 작년 한해만 하더라도 공작기계 생산액은 4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공작기계 수출은 18억 2,000만 달러, 수입은 13억 5,000만 달러로 총 4억 7,000만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국내 공작기계가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업계의 꾸준한 연구개발 노력과 기초기술인력 발굴, 그리고 정부, 관련 기관의 관심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는 서울국제공자기계 전시회와 관련 부대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작기계전문 시장조사기관인 가드너는 전세계 공작기계 수출액 규모가 392억 달러로 집계됐으며 대한민국은 독일, 일본, 이탈리아, 대만, 스위스에 이어 6위였고 생산은 5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한바 있다. 아직 세계 1위(수출: 독일 91억 달러, 생산: 일본 144억 달러)와의 격차가 상당히 큰 상태다.
두산인프라코어 안재봉 부장은 "우리나라 공작기계는 품질이나 성능은 세계 일류제품에 가깝다고 보지만 역사가 짧고 이름이 덜 알려져 있는 것이 문제"라며 "브랜드 가치로 인한 애로사항이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제값을 받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라고 조언했고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 김경동 차장, 이더블유에스코리아 이종판 대표도 예전에 비해 품질이나 신뢰성이 크게 높아진 상태이므로 국산 공작기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져야 하며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해 이를 제대로 판매할 수 있는 마케팅 능력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더블유에스코리아 이종판 대표는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해 이를 제대로 판매할 수 있는 마케팅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설명했지만 공작기계도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한 해결과제다. 실제로 지식경제부와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이 전국 기계, 금형, 부품소재 등 262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기업의 86.3%가 일본 기술자를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대답했다. 개발이 쉽지 않은 원천기술을 일본 기술자를 통해 얻기를 바란다는 뜻.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주정우 책임연구원과 국제다이아몬드 신진태 차장은 국내 공작기계 핵심부품은 아직 해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으며 산업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기술 종속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건으로 업계의 꾸준한 노력과 기초기술인력 발굴, 그리고 정부, 관련 기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모아 주장했다.
세스코 조순주 대표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는 "설계기술은 산학협동으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응용기술과 가공설비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 중소기업의 품질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면서 "가공설비는 상당히 고가이므로 이를 정부, 연구기관, 단체 등에서 보유하고 이를 중소기업이 활용해야 일부 대기업이 아닌 업계 전체의 공작기계 수준을 상향 평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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