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오바마의 기후변화 정책과 ‘M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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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거대하고 역사적인 변화를 선택했다. 그 중심에는 미국 노예해방 145년 만에 탄생한 흑백 혼혈 대통령 당선자 버락 오바마가 있다. 그는 당선 연설에서 “미국에 변화가 왔다”면서 “미국의 리더십에 새 아침이 밝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말들은 그의 친환경 정책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부시 행정부가 오랫동안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한 채 자국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오바마는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만한 새 국제협약을 추진해 미국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에너지포럼을 창설해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하겠다고 약속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에너지 다소비 기업에 배출권을 부여해 경매 방식으로 거래하는 총량 거래방식(Cap and Trade)을 지지했다. 더욱이 에너지 다소비 기업에서 세금(일명 폭리세)을 거둬 소득이 낮은 저소득층에게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엄격한 온실가스 정책을 펼칠 계획인 것이다.

 오바마의 친환경 정책 뒤에는 탄소배출권거래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배출권거래 제도에는 ‘측정 가능하고, 정부에 보고 가능하며, 제3자 검증기관의 객관적 검증이 가능한 온실가스’라는 세 가지 핵심 이슈가 있다. 즉 MRV(Measurable, Reportable, Verifiable)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오바마의 친환경 정책은 새국제협약 및 포럼을 통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MRV 메커니즘을 활용한 배출권거래 방식의 에너지 정책을 펼쳐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이 개도국에 투자해 발생한 배출권을 소유하는 청정개발체제(CDM) 제도를 허용한다. 배출권을 국가별로 사고팔 수 있지만 MRV를 전제로 투명하고 정확한 배출권이라야 가능하다.

 우리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국내 온실가스 감축사업 등록제도’도 MRV를 따라야 성공적으로 감축하고 정부로부터 인센티브를 받을 수도 있다. 우리 기업들은 생산 활동으로 인해 배출하는 모든 온실가스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총괄적 온실가스 관리시스템인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구축 중이다. 향후 탄소배출권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면 제3자 검증기관에 의한 측정, 보고 및 검증이 필수 요소다. MRV는 우리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에 있어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다.

 저탄소경영의 화두로 떠오른 ‘탄소발자국’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들은 생산공정 및 제품의 전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관리하고 효과적으로 감축하기 위해 탄소발자국 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효율적인 탄소발자국 관리를 위해 제품 전 과정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내외부적으로 보고를 해야 하며, 제3자 검증기관에 의한 검증이 필요하다. 탄소발자국 관리 역시 MRV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오바마 당선인의 기후변화 정책,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전략, 이 모든 것에는 측정·보고·검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미 우리 정부와 일부 전문기관들은 나름대로 MRV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일부 기업이 아닌 모든 국내 기업들이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을 정확히 이해하고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이종업 한국표준협회 국제인증본부장 ljeop@k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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