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에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앉아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거기 앉아 갈까요?”
얼마 전 만난 한 외국계 반도체지사장이 기자에게 건넨 질문이다. 얼핏 들으면 뜬금없지만 여기에는 함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세계 경제 위기 한파가 몰아닥친 현 시기를 살아가는 기업들의 생존법을 비유한 말이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에 북적대는 버스·지하철 속에서도 앉아 가는 사람은 책도 보고 신문도 읽는다. 피곤할 때는 휴식도 취한다. 서 가는 사람들은 내릴 때 녹초가 돼 그 다음 할 일을 위한 체력이 바닥나기도 한다. 앉아 가면 이득이다.
부품업체들을 취재하다 보니 올해 최악의 경영 환경 속에서도 최고의 실적을 달성한 기업들이 이따금 눈에 들어온다. 얼마 전 만난 한 사장은 “창업 4년 만에 순이익 60억원을 올해 달성할 것 같다”면서 “남들은 내년에 어려울 거라고 하는데 우리는 더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물론 이 회사라고 사업하기가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사업 아이템 선정부터 제품 개발, 마케팅까지 피나는 노력 끝에 이뤄낸 결과물이다. 앉아서 가는 법을 터득했다.
올해 부품업체들은 유난히 수난이 많았다. 삼성 특검, 원자재·유가 폭등, 물류 대란, 단가 인하, 키코(KIKO), 개성공단 문제까지 사안별로 당사자는 다르지만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겨웠다. 연말로 접어들면서 불황이라는 더 큰 파도에 온몸으로 부딪혔다. 내년 경영 계획 역시 안갯속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자신 있는 제품, 인재가 있는 회사들은 다소 여유로운 모습이다.
다사다난했던 2008년을 마감하는 12월이 왔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타도 버스·지하철에 앉아 가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어려워도 누군가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쉬지 않고 달린다. 만일 올해 서서 갔다면 내년엔 어떻게 해야 앉아 가는 기업이 될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시기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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