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만 화려한 `가상사회` 문제는 `실속`

재미 갖춘 콘텐츠 확대가 성공비결

 세컨드라이프의 성공 이후 가상사회 구축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가 비디오게임기와 네트워크를 연결한 가상사회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누리엔소프트웨어는 ‘누리엔’을 출시했다. 전문가들 역시 가상사회 팽창이라는 대전제에는 동의하고 있다. 가트너연구소는 “2011년까지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의 80%가 3D를 이용한 가상사회를 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구글의 가상사회 서비스 ‘라이블리(lively)’가 조만간 문을 닫는다. 지난 7월 ‘세컨드라이프’에 대항해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6개월만에 서비스를 종료해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가상사회의 원조 세컨드라이프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한국과 일본 등 해외에 잇따라 진출했지만 가입자 수를 밝히지 못할 만큼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가상사회 내 일부 지역에선 입주자들이 버리고 간 건물이 폐허로 변해 버리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던 가상사회에도 성공의 조건이 따로 있다. 전문가 의견을 통해 가상사회의 조건을 살펴봤다.

 ◇“80%는 죽을 운명”=최근 인터넷업계에선 가상사회에 대한 관심이 비판적 지지로 바뀌었다. 너도나도 세컨드라이프 따라하기 열풍에 휩싸였던 지난해와는 달리 초기 가상사회의 실패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전 세계 우후죽순처럼 나온 100여개 가상사회 중 성공한 가상사회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는 냉정한 평가도 있다.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학부 교수는 “웹1.0과 웹2.0 시대에도 바람을 일으킨 후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해 도태되는 일종의 ‘길닦기 서비스’는 존재해 왔다”며 “현재 가상사회 서비스의 80% 정도는 라이블리와 비슷한 운명을 겪게 되고 나머지 20%가 주도적인 사업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진 엔씨소프트 실장은 “세컨드라이프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서 언론의 주목을 받아 얻은 인지도를 최대한 활용해 사용자를 모았던 경우”라면서 “앞으로는 세컨드라이프같은 방식으로 성공한 회사는 더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외관보다는 내용이 중요=김형진 실장는 정보의 자유롭고 활발한 유통을 강조했다. 김 실장은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재미있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정보를 생산하고 이 정보가 잘 흐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이것이 최근 론칭한 온라인게임 ‘아이온’에 문답 서비스 ‘지식인센터’나 위키피디아 형식의 백과사전 서비스를 도입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현재 가상사회는 그래픽이나 외관을 화려하게 꾸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한 번 방문한 후 재방문 의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반 대중을 모으려면 반드시 ‘재미’ 요소가 있어야 하며 재미는 콘텐츠의 힘으로부터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한 부동산업체는 3D로 모델하우스를 꾸며 가상사회를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기업 활동의 다른 한 축으로써 가상사회는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종흔 SK커뮤니케이션즈 미니라이프팀장은 “그래픽이나 사실성이 가상사회의 성공 조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용자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가상사회 ‘미니라이프’에 이용자끼리 소통할 수 있는 파티 서비스를 보다 강화하고 퀴즈 게임을 추가하는 등 사용자끼리 상호작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크게 보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류현정·이수운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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