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하기관 통폐합 작업이 전혀 동떨어진 법과 기준에 따라 진행돼 졸속 논란을 빚고 있다. 완전히 상이한 업무 조직을 인위적으로 묶는 것 자체도 문제였지만 향후 통합 조직의 활동 범위와 업무 영역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 뻔한 상황이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통합 작업 중인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과 한국전자거래진흥원,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의 통합 작업이 당초 계획처럼 새로 제정할 ‘정보통신산업진흥법(가칭)’에 의거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존치법인 ‘정보화촉진기본법’에 준해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새로 법을 만드는 작업이 쉽지 않고, 복잡한 절차로 인해 조직 통폐합이라는 목적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업계와 관련 기관 내부는 ‘얼토당토않은 일’로 받아들였다. 지경부 산하 기관의 통합과 업무 정리를 요하는 작업이 행정안전부 소관의 ‘정보화촉진법’에 의거해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정보화촉진법은 정보사회진흥원과 정보문화진흥원의 통합을 규정한 데 이어 지경부 산하 기관 통폐합까지 관장하며 사실상 정보통신 관련 주요기관 통폐합의 기준 법률처럼 됐다.
문제는 법률 명칭에도 드러나듯 ‘정보화’가 소프트웨어(SW)와 전자거래, 정보통신 연구개발(R&D)과 같은 전문 영역을 모두 포괄할 수도, 규정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앞으로 통합기관이 추진해야 할 SW 산업 진흥과 전자거래 활성화, IT 핵심 R&D 영역이 기존 법률 체계로 인해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정부 부처 간 법 제정 가로막기라는 해묵은 관행은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든다. 지경부는 정보통신산업진흥법 제정을 거쳐 제대로 된 기관 통합을 하려 해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제정을 반대했다. 차라리 제3자 부처 법으로 규정하는 게 훗날을 도모할 수 있다는 뜻도 담겨 있다.
방통위도 최근 방송통신진흥기금 신설 등을 담은 방송통신발전에 관한 기본법 제정안을 만들기로 하고 의결까지 했으나 현행 정보화촉진기금을 운영하는 지경부가 반대 의견이어서 격론이 예상된다.
한 IT업체 사장은 “독립적인 진흥기관이 있어도 모자랄 판에, 전혀 엉뚱한 법률에 의거해 기관이 만들어진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정부 산하기관 효율을 앞세우기보다, 업계가 원하는 기관의 역할이 무엇인지 먼저 헤아리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진호기자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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