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 1.9, 2.0, 2.3, 2.4, 셀룰러, PCS, 3G, 와이브로.’
이 숫자와 문자들은 현재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무선 통신서비스들의 주파수와 기술이다. 800㎒ 셀룰러, 1.8㎓ PCS, 2.1㎓ 3세대 이동통신, 2.3㎓ 와이브로, 2.4㎓ 무선랜 등이다. 이런 숫자와 용어들이 의미하는 것처럼 현재의 이동통신 서비스들은 모두 고유의 주파수 대역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
주파수와 기술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다른 주파수 혹은 다른 기술을 사용하는 제품과는 송수신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할때 특별한 설정이 없으면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파수와 통신기술에 제한받지 않고, 주파수와 통신기술을 자유롭게 선택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반 무선통신(SDR·Software Defined Radio)이 바로 그것이다.
SDR은 주파수와 기술의 한계를 극복, 다양한 무선 통신 서비스를 하나의 무선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하드웨어, 즉 단말이나 칩을 바꾸지 않고 소프트웨어 조작으로 셀룰러, PCS, 와이브로, 무선랜, 위성통신과 같은 다양한 무선 통신서비스를 하나의 단말기로 이용할 수 있다.
이런 SDR기술의 핵심은 안테나, 고주파 처리 부분 등 무선통신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 만을 하드웨어로 구성하고 나머지 부분은 주파수, 네트워크, 무선통신방식에 따라 소프트웨어 형태로 바꿔 다운로드받아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이동전화, PDA, 노트북 등 모바일 기기에 SDR 모듈을 탑재하면 하나의 단말로 서로 다른 주파수 대역과 2개 이상의 시스템을 동시에 지원하는 것이 가능하다. SDR 기술은 처음에 사용자가 원하는 통신 기술과 주파수 대역에서 자유롭게 통신할 목적으로 군사용으로 개발됐다.
SDR 기술이 상용화되면 사용자는 PDA, 휴대폰, 노트북 등 여러 단말기를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단말기를 통해 소프트웨어의 변경 만으로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을 골라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 기술과 주파수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단말기 교체없이 끊김 없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서비스 및 장비사업자도 새로운 기회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비업체에서는 HP와 애플, 노키아가 함께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13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인지무선통신(CR)과 소프트웨어기반무선통신(SDR)의 관련 기술 및 산업 활성화를 위한 포럼을 만들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SDR의 장점과 긍정적인 예측에도 불구하고 상용화는 아직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주파수의 경우 국가마다 자원으로 인식하고 정해진 사업자에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주파수 대역을 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통신기술은 국가나 통신사업자의 전략적인 의사 결정에 의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렇게 폐쇄적인 이동통신 산업 환경에서 누구에게나 망을 개방하고 접속할 수 있게 하는 SDR이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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