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등 특정 대기업이 한국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벤처창업 붐이 일었던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정보통신 분야의 신규창업, 대기업 분사, 벤처기업 성장 등으로 대기업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잠시 하락했지만, 2002년 이후 벤처붐이 꺼지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만큼 중소기업 생존여건이 녹록치 않음을 의미한다.
◇대기업 글로벌 경쟁력 확보 의미=1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독과점 시장구조 개선시책 추진을 위한 조사’에 따르면 상위 소수기업이 국민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인 ‘일반집중도’는 2002년 이후 상승세다. 국내 상위 100대 기업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총출하액 기준으로 2004년 45.0%에서 2006년 45.7%로 증가했고, 제품출하액 기준으로 2004년 46.4%에서 2006년 47.1%로 늘었다.
대기업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다는 사실은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실제로 2000년대 들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IT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했다. 대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통해 한국경제의 고도화를 이끌고, 좋은 일자리 창출의 상당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에는 전혀 한국기업을 알지 못하던 외국인들이 이제는 삼성, LG 등의 브랜드를 인지하게 됐다”며 “한국 기업들로 인해 한국 이미지 전체가 상승하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중심 한국경제 부작용도 상당=대기업 중심의 한국경제 구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한국 경제 전체에서 대기업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은 중소기업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져 경제 하부구조가 취약해졌다는 사실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정남기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원은 “과거에는 대기업이 성장하면 중소기업도 동반 성장하고 고용도 늘어 긍정적 효과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다르다”며 “대기업들이 글로벌 기업화 되면서 국내 중소기업 제품이 아닌 글로벌 소싱을 늘리고 있고, 삼성전자의 채용인원도 국내보다 중국이 많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특정 산업에서 독과점, 불공정거래 등의 발생 위험도 높아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기준을 초과해 지난 5년간 독과점구조가 고착화된 산업이 54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자 집적회로 제조업 등 분야에서는 일부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이 높아 불공정행위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조사와 모니터링 등을 강화해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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