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실물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 경제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계 소비위축으로 수출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민간경제연구소들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3%대로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12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도 민간연구소 예상보다 더 낮은 3.3%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내년 경제 운영방향은 경제시스템에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축소하고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의 연착륙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금융·통화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4% 이하 성장 불가피=주요 연구기관들은 잇따라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대로 낮추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3.6%, 한국경제연구원도 내년 경제성장률이 3.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보다 조금 높은 3.9%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률 전망은 KDI의 전망치와 비교해보면 낙관적이라 할 수 있다.
KDI가 12일 내놓은 전망은 3.3%로 지금까지 국내기관에서 나온 것 중 가장 낮은 전망치다. KDI는 올해와 비교해 내수 증가세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함에도 불구하고 수출증가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3% 초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동철 KDI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낮췄는데 이를 감안하면 우리 경제의 성장률도 하락할 요인이 있다”면서 “반면에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재정지출 확대 정책 등을 감안하면 상향 조정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86억달러=KDI는 경상수지의 경우 올해 적자에서 내년에는 흑자기조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원유 및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상품 수입 증가세 둔화에 힘입어 당분간 흑자기조가 지속되면서 경상수지 흑자는 86억달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증가율이 올해 20.4%에서 내년 3.2%로 급격히 위축되겠지만 수입증가율은 더 저조해 27.8%에서 0.1%로 정체 상태에 머무를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점진적으로 안정되면서 연평균으로는 올해 4% 후반에 비해 상당폭 하락한 3%대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KDI는 내다봤다. 이는 국제 원유가 하락과 경기하강으로 수요압력이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중요한 요소인 실업률은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이지만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세로 인해 3.6% 내외까지 확대되는 데에 그칠 전망이다.
◇적극적 경기부양 정책 시급=KDI는 당분간 경기연착륙을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정부가 최근 내놓은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의 기본방향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여건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재정을 조기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화정책 역시 경기하락을 완충하기 위해 목표금리 수준을 점진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금융정책은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지급보증이나 유동성 공급은 유지하되 도덕적 해이의 발생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 부실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신속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며 은행주식 보유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대주주에 대한 개별적 심사와 구체적 감독강화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현정택 KDI 원장은 “연구기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면서 “미국의 경기부양 대책이 효과를 내거나 오바마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는 등의 국면 전환이 없다면 경기는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정부, 민간 연구소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