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 인도네시아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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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는 그동안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우리의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였지만, 최근 들어 천연 자원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자원개발 시장 중 하나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다. ASEAN 국가 중 인구 및 국민총생산(GDP) 1위, 한국의 10대 교역국, 인도의 이동통신 산업을 만나본다.

# 동남아국가연합(ASEAN) 최대의 이동통신 시장=특히 이동통신 시장은 2008년 말 현재 약 50.3%의 휴대폰 보급률(추정), 약 1억2000만명의 가입자를 가진 동남아 최대 모바일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오는 2010년까지 1억4000만명 이상의 가입자 시장이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은 인구 2억3000만명, 연평균 6% 이상의 경제 성장률이라는 거시적 요인뿐만 아니라, 도서·산간 지역이 많아 유선 보급이 여의치 않다는 지리적 환경도 크게 작용한 결과다.

인도네시아 이통 시장은 최근 몇 년간 폭발적인 가입자 증가와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 총 9개 사업자가 11개 브랜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GSM·CDMA와 같은 2G부터 HSDPA와 같은 3.5G 기술까지 모두 상용화된 상태다. 이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다른 시장과 달리 신규 사업자 진입에 비교적 관대한 라이선스 정책을 펼쳐 중소 규모의 신규 사업자가 잇따라 진입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 영역, 통화 품질에 마케팅 역량을 앞세운 상위 3개사(텔콤셀·인도삿·엑셀콤)가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과점하는 시장 구조가 뚜렷하다. 더욱이 이들 3사는 통화료 가격인하 전략을 펼치며 신규 사업자와 격차를 더욱 넓히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의 감소가 모든 사업자의 공통된 과제로 자리 잡고 있어 사업자별 대응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이통 단말기 시장은 거대한 오픈 시장으로, 도시 내 대형 몰 어디를 가더라도 전 세계 대부분 브랜드의 판매점을 접할 수 있다. 노키아가 6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하며 부동의 시장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디자인과 기능을 앞세운 한국산 단말기와 저가 중국산 단말기의 공략으로 점차 점유율이 낮아지는 추세다. 특히 중고가 단말기 시장에서는 전세계 단말기 업체 간 경쟁이 매우 치열하며, 그중에서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주목된다. 스마트폰은 효용성보다는 과시하기 좋아하는 인도네시아 수요자들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 두 대의 단말기, 불법 콘텐츠 그리고 문자=인도네시아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 중 하나가 휴대폰을 두 대 이상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우리 상식으로는 비즈니스용과 개인용으로 용도에 따른 사용을 위한 것이라 생각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통화료를 절약하기 위한 방안이다. 이는 CDMA 후발 사업자들이 사업 초기에 협소한 서비스 커버리지 등 약점을 극복하고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낮은 통화료와 번들 단말기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 데 따른 것이다. 통화료에 부담을 느낀 기존 GSM 사용자들이 발신통화 용도로만 CDMA 단말을 사용하는 현상이 확산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CDMA는 사업 초기 단기에 많은 가입자를 모을 수 있었지만, 통화 품질이 좋지 않은 저가 상품이라는 고정 관념을 낳고 있기도 하다.

인도네시아 무선통신 시장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콘텐츠 불법복제 문제다. 예를 들어 한국의 무선서비스 시장을 이끌었던 벨소리 서비스는 인도네시아에서 유료화 서비스 비중이 크지 않다. 그 이유는 한국과 달리 단말기 간 자유로운 콘텐츠 전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벨소리와 같은 콘텐츠를 주고받는 것이 일반화돼 있으며, 심지어 불법 MP3 음악파일을 단말기에 옮겨 놓고 듣거나 벨소리로 이용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이다. 더욱이 이 같은 콘텐츠는 단말기 판매점들이 밀집한 쇼핑몰을 방문해 낮은 값을 지급하고 단말기 메모리에 가득 담을 수 있다. 이 같은 현실은 단말기에 비의존적인 무선 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불러와 컬러링과 같은 서비스가 모든 사업자들이 관심을 갖는 수익성 높은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다른 시장처럼 문자메시지가 음성통화와는 별개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회의 도중에도 직위·연령을 막론하고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으며 한국과 달리 큰 결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많은 이통사업자들이 문자 메시지에 특화된 상품을 내놓고 있다.

# 계속되는 변화와 성장=최근 인도네시아 이통시장은 급성장에 따른 성장통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초기 우호적인 조건으로 끌어들였던 외국 자본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는 내부 여론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시장성장 정체와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늘어난 가입자를 위한 신규 투자 역시 불가피하다. 또 중위권 사업자군의 인수합병, 후발 사업자의 사업철수 등 시장재편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급속히 성장했던 무선서비스 시장 역시 지속되는 정부 규제와 이통사업자의 신규투자 감소로 어려움을 겪으며 과거 수백개에 달하던 콘텐츠제공업체(CP) 수는 현재 약 100개로 줄어든 형국이다.

하지만 단말기의 고기능화와 가격 인하, 연관기술 보급에 따른 컨버전스 사업의 기회증가, 경제성장에 따른 중산층의 구매력 증가, 외국자본의 지속적인 투자시도 등은 향후 인도네시아 이통 산업의 시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곽동호 리얼네트웍스 인도네시아 신규사업 담당 차장 justin.kwak@ap.re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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