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관은 살아있다](3) 스페인 발렌시아 `예술과 과학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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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의 부화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한 전시물. 알을 깨고 갓 나온 병아리 한 마리가 일어서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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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제3의 도시 발렌시아. 아름다운 지중해 해변과 오렌지로 유명한 이곳에 스페인 최초의 미래형 건축물 ‘예술과 과학도시(Ciudad de las Artes y Las Ciencias·이하 CAC)’가 있다. CAC는 과학·기술·자연·음악·예술·교육·디자인·엔터테인먼트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스페인과 발렌시아의 미래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꼽히는 곳이다.

◇예술과 과학의 융합=CAC는 이름에서처럼 ‘예술’과 ‘과학’을 위한 공간이 상존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을 융합하려는 시도가 있는 것에 비추어볼 때 이곳 CAC는 한발 앞서 시도한 것으로 높게 평가되고 있다.

CAC는 크게 △오페라하우스(레이나 소피아 예술궁전·Palau del las Arts Reina Sofia) △아이맥스 영화관·천문관(L′HEMISFERIC) △과학관(the Science Museum Principe Felipe) △야외정원(L´Umbracle) △아쿠아리움(L´Oceanografic)의 5개 건축물로 구성돼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설계했다는 것을 모르고 보더라도 건물 하나하나가 마치 미래에 온 듯한 느낌이 들 만큼 새롭게 다가온다. 또 각각의 건물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다목적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오페라하우스는 2005년 10월 개관했으며, 오페라·발레·콘서트·연극 등 다양한 공연이 가능한 공간이다. 아이맥스영화관과 천문관으로 활용할 수 있는 레미스페릭은 국제회의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야외정원은 통로이자 주차장이며, 휴식공간이 되기도 한다.

◇100% 체험전시=CAC 안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곳은 과학관인 ‘프린시페 펠리페 과학박물관’이다. 과학관 건물은 길이 241m, 폭 104m로 규모가 상당하다.

이곳 전시의 특징은 과학관 내 전시물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언제든 만져보는 것이 허용된다(Touching is always permitted)’는 CAC만의 전시 컨셉트는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관람객이 직접 만지고, 느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관람객 시각에서도 전시물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어 관람의 재미가 배가된다.

취재를 위해 과학관에 들어갔을 때 전시물 구성 역시 관람객이 만져보고 싶게끔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많았다. 마치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과학관 내부에서는 상설전시와 함께 다양한 기획전시도 함께 열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인체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인체의 신비전’과 기후변화를 실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지구·환경전’에 대한 기획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상설전시장은 과학역사·우주·영화 등에 관한 전시물들로 채워졌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병아리의 부화과정을 볼 수 있는 코너였다. 유리 전시장 안에 달걀이 부화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실제로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모습을 관람객들이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과학관 옆에 있는 아쿠아리움도 관람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은 긴 터널 형태로 수족관을 조성, 관람객들이 터널 안쪽으로 걸어가면 마치 자연 그대로의 바닷속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신비스러움에 쉽게 발을 옮기지 못할 정도였다.

◇지역 과학관 모델=CAC가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지역 과학관의 새로운 모델을 정립했다는 점에서다.

발렌시아 자치정부는 지난 1996년 ‘예술과 과학도시 재단’을 설립하고, CAC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CAC가 세워지면서 발렌시아에는 수천개의 일자리가 생겨났고, 유럽 크루즈 여행사들이 기항지로 선택하게 됐다. 국내외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호텔 예약률이 높아졌고, 이를 통해 서비스 산업을 필두로 한 지역경제도 활성화됐다. CAC가 발렌시아의 도약을 견인했고, 발렌시아 사람들은 CAC를 21세기 도시 혁신의 전범이라고 부른다.

운영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을 갖췄다. CAC는 2005년에 품질경영시스템 국제인증 ‘ISO 9001’과 환경경영시스템 국제인증 ‘ISO 14001’을 획득했다.

CAC의 성공은 권역별로 과학관을 하나씩 설립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인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권역별 과학관이 구색을 맞추기 위해 지어지는 곳이 아니라, 새로 설립되는 과학관이 지역의 새 명소로 자리 잡고 이를 통해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발렌시아(스페인)=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예술과 과학도시는

발렌시아는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에 이은 스페인 제3의 도시다. 중세시대 건물과 유적이 잘 보존된 구시가와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고, 관광객의 방문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발렌시아 자치정부는 적극적인 도시 혁신 프로젝트 추진에 나섰고, 이로 인해 발렌시아는 유럽뿐 아니라 세계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싶어하는 관광·휴양 도시로 탈바꿈했다.

그 프로젝트의 중심에 예술과 과학도시가 있다.

자치정부는 발렌시아를 관통해 흐르던 투리아강이 말라가면서 투리아강 유역 개발을 기획했다. 이 기획 프로젝트에 따라 10㎞에 이르는 유역을 대규모 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시작했고, 그 끝에 발렌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예술가, 엔지니어인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와 마드리드 출신의 건축가이자 구조공학자인 펠릭스 칸델라가 함께 만든 CAC가 있다.

총 면적 35만㎡의 용지에 건설된 CAC는 마치 물에 떠 있는 듯한 구조로 지어져 있으며, 5개 건축물이 약 1800m의 길이로 늘어서 있다. 각 건물은 독립적인 듯하면서도 하나로 이어진 듯 보인다. 지금도 다목적 공간인 ‘아고라(Agora)’ 등을 위해 부분적으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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