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의 등장으로 곧 종이가 주변에서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페이퍼리스 오피스(종이 없는 사무실)가 곧 바로 우리 곁에 실현될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 같이 급속하게 진전되지 못했다.
페이퍼리스 시대로의 발전에 발목을 잡은 것은 전자 문서가 종이 문서의 생산, 보관, 유통 등과 마찬가지로 증거가치로 활용될 수 있는 법적 효력을 부여받지 못해서였다. 또 전자 문서를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전자 문서의 제약점을 딛고 진본성 및 무결성 등 전자 문서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기술·법·제도적으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정부는 2004년부터 전자거래기본법을 제정하면서 법·제도 확립에 박차를 가했고 국가기록원의 기록관리시스템에 이어 민간의 공인전자문서보관서 설립을 통해 사회적 인프라 구축을 이끌어가고 있다.
공인전자문서보관소(공전소)라는 이 생경한 단어, 정말 오프라인적 어감이 느껴지는 이 단어가 미래의 페이퍼리스 시대를 이끌어가는 최첨단 현재어이자 미래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대한민국이 이 기술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것 또한 잘 모른다. 공전소는 전자 문서의 법적 보관을 비롯, 전자문서의 위·변조 및 훼손 멸실 방지를 위해 중요 전자문서의 보관을 대행하고 전자 문서의 내용 및 송수신 여부를 공증해주는 제3의 기관을 말한다.
이처럼 공전소 및 전자 기록물을 저장, 유통하는 시스템은 그 태동 과정에서 법제도적 장치뿐만 아니라 전자문서가 갖는 제약점인 신뢰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기술적인 문제 역시 만만치 않았다. 우선 기존 종이 문서와 스캔 문서가 동일한 것임을 입증할 수 있게 해주며 전자 문서 진본성 및 무결성을 보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다.
또 진본성 보증을 위해 사용되는 전자 서명 및 인증서는 그 유효기간이 종료되면 유효성을 확인할 수 없는 문제를 장기 검증이라는 기술로 한계를 극복했다. 전자 문서의 장기 검증이 전자 문서에 영속적인 생명력을 불어넣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국가적으로 전자 문서가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정부 및 민간이 전자 문서를 신뢰할 수 있도록 유통이 활성화됨으로써 정부의 투명성과 신뢰도가 향상되고, 각 분야의 기업들은 시·공간의 장벽을 극복하며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열리게 될 것이다.
정부는 u-페이퍼리스 코리아라는 기치를 내걸고 업무프로세스 혁신, 기업경쟁력 강화, 종이문서 비용절감, e비즈니스 고도화, IT산업 활성화 등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2년 뒤에는 물경 6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에서 그 어느 나라보다 선도적이고 주도적인 전자문서 유통 인프라 상에서 우리 기업들이 활발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을 창출하고 잃었던 IT 강국의 면모를 되찾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대한민국 민·관·학의 협동의 부단한 시도와 노력으로 빚어진 이러한 첨단 기술이 세계로 향하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범진규 드림시큐리티 대표 jkw00003@dreamsecuri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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