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e러닝 시장에서 `맥` 못춘다

의사결정 복잡하고 산업 특성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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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중고등 온라인 교육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KT, SK 등 통신기업과 거대 출판사들이 IPTV용 콘텐츠 확보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온라인 교육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받아든 성적표는 시원치 않다. 대기업식 의사결정 구조와 교육시장의 특수성이 충돌해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제히 중고등 사교육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들이 최근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는 등 진출 초기와는 다른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성인 온라인교육 시장 1위인 삼성그룹 계열 크레듀는 지난해 8월 ‘크레듀M’를 출범시키며 중등시장에 진출했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성적이 시원치 않다. 수강생 수가 여전히 중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고 매출액도 지지부진하다. 한 달 순방문자의 경우 지난해 말 12억명에 달한 적도 있었지만 이후 점차 줄어, 지난 6월엔 2억명 정도로 급감해 자존심을 구겼다. 이로 인해 지난 3분기까지 매출액도 목표치에 한참 미달한 15억원에 불과했다.

 정봉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아무리 시장 진입 초기라고 해도 크레듀M의 마케팅 방침대로 삼성 임직원 자녀의 잠재 시장을 봤을 때 저조한 수익률”이라며 “중등 교육시장 성장에 비해 지지부진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양대 통신 대기업도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 SK그룹 자회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는 사업을 정리하고 있는 단계다. 교육사업군인 이투스에서 전화영어 서비스인 ‘스피쿠스’만 빼고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중고등 e러닝 분야를 가장 먼저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IPTV 콘텐츠 확보라는 명분 아래 시장에 진출한 KT는 지지부진한 매출액에 진퇴양난이다. 이달 초 정보학원과 손잡고 중고등 온라인 교육 사이트인 ‘정보에듀팝’을 시작했지만 아직 큰 성과가 없다. 물론 시작 단계라 관망 중이지만 과거 비타에듀(구 한샘학원) 컨소시엄 형태로 중등 교육 시장에 진출했지만 별 소득 없이 사업을 접은 경험이 있어 고민이 크다.

 이는 대기업의 시장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다. 국내 온라인 교육시장은 강사에 의해 좌우되는 ‘안면 장사’ 성격이 크다. 수강생의 인기강사 쏠림 현상은 오프라인보다 심하다. 하지만, 비즈니스에서 ‘갑 역할’을 해오던 대기업의 경우 강사를 다루는 스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강사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도 지지부진하다. 돈으로 강사를 끌어오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손은진 메가스터디 전무는 “강사관리가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라며 “강사들은 본인 스스로 1인 기업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정도로 독창적이고 특수한 집단이기 때문에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중간관리자가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도 교육시장엔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시장 이해 없이 오프라인 학원과 기계적인 인수·합병 형태로 진입, 화학적 시너지가 나지 않는 게 문제다.

 대기업이 인수한 중고등 학원 관계자는 “IPTV 등 시장 변화에 발맞춰 몸집을 키우기 위해 대기업과 손을 잡았지만 교육시장 변화에 대기업이 둔감한데다 지나치게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사업 진행이 오히려 더 느리다”며 “학부모·수강생·정부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얽힌데다 교육이라는 철학적 개념까지 겹친 교육시장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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