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집 근처의 편의점에 갔을 때, 원하는 물건 즉 내가 찾는 브랜드의 상품을 제대로 구입하지 못하는 일이 종종 있다.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점포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그 물건을 별로 찾지 않아서 상품을 준비하지 않는다고 답하면서, 다음에 찾아오면 본점에 이야기해서 준비해 두겠다는 답을 듣게 된다. 대형 점포는 문제가 덜하지만 소규모 점포는 상품 진열 공간이 제한돼 있어 모든 브랜드의 상품 진열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제한적으로 상품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이들 점포가 그 나름대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명확한 상품 입출고 자료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아주 초보적인 이야기지만 판매시점관리(POS) 시스템의 활용은 해당 점포에서 매출이 높고 낮은 상품의 구별을 훨씬 더 용이하게 해주고, 이를 근간으로 주로 진열할 상품과 철수해야 하는 상품을 손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 외에도 매출 분석 등으로 상품의 생산량까지 조절하는 등 POS 시스템은 엄청나게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즉,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POS 시스템 도입은 기업에 매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순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상품의 이력 추적으로 가능한 것이다. 어떤 상품이 얼마나 생산되며 어떤 시장에서 얼마만큼 판매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향후 어떠한 상품을 중심으로 자원을 배분할 것인지의 문제까지 한꺼번에 해결해주니, 기업에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따라서 비록 POS시스템은 아니더라도,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활용이 필요한 곳에서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도입해볼 가치가 충분하다.
이번에 국가 연구개발(R&D) 정보지식 포털인 ‘NTIS’에서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기관별로 관리돼 오던 국가정보 자산의 통합적 관리를 위한 NTIS의 출범과 함께 R&D 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제도 도입은 당연한 순서로 보인다.
부끄러운 현실이지만 지금까지는 부처 이기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부에서 추진하는 R&D 사업은 해당 정보를 생산하는 부처별로 폐쇄적인 정보생산 및 유통으로 인한 중복 투자가 심했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물론 부처별로는 유사한 사업이 진행돼 왔겠지만, 중앙관리가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원의 불필요한 낭비는 불가피했는데, 이번 NTIS를 통한 R&D 사업의 집중 관리로 R&D 투자의 효율성이 크게 증가될 전망이다.
R&D 정보생산을 위한 자원의 효과적인 배분과 생산된 정보의 효율적인 유통을 위해 국가 R&D 과제에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일반 기업이 POS시스템을 도입하게 된 배경과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기업은 POS를 활용해 다양한 추가사업을 전개하며, 이를 경쟁의 주요한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국가 R&D 사업은 일반기업에서와 같이 활동을 수행할 수는 없겠지만, 정보의 생산과 유통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와 누가 어떠한 용도로 해당 정보를 이용하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NTIS의 과제가 될 것이다.
강기두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gikang@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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