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야 놀자](12)전파 놀이마당에 가다

 2008년 10월 18일 서울대공원.

 헤드세트를 낀 세훈(가명)이가 안테나를 들고 이리저리 주파수를 맞춘다.

 ‘삐삐 삐삐삐 삑’

 1번 송신기가 보내는 신호를 포착해 전파가 나오는 곳을 찾는다. 1번 표시에 구멍을 뚫어 확인을 받았다. ‘삐삐 삐삐삐 삑삑’ 2번 신호를 찾아 나선다. 3번 수신기까지 찾아 40분(제한시간) 내에 골인했지만, 아깝게 1등을 놓쳤다.

 한 달 용돈보다 많은 거액(15만원)의 상금을 놓쳐 아쉽지만 송신기를 찾아 뛰고 달렸던 가을날의 ‘여우사냥(Fox Hunting, 송신기를 영어로 Fox라 부르는 데서 유래한 용어)’은 잊지 못할 멋진 기억으로 남았다.

 한국전파진흥원(원장 정진우 www.korpa.or.kr)이 주관한 ‘2008 전파엑스포’의 특별행사로 개최된 ‘KORPA배 전국 청소년 전파방향탐지(ARDF)대회’에 주황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참여한 청소년들은 이날 전파를 찾아 즐겁게 뛰어 놀았다.

 눈을 돌려 옆을 보니 몇몇 학생들이 모형 자동차와 비행기 무선조종(Radio Control)에 빠져 있다.

당수초등학교 선생님이 설명해 주는 정전기로 켜지는 네온등도 마냥 신기하다.

 모스 부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전신기도 직접 만들었다. 국민과 함께 한 이번 전파엑스포에서 가장 인기를 끈 프로그램은 단연 라디오 만들기. 참가자들은 자신이 손수 만든 라디오에서 깨끗한 FM방송이 나오자 탄성을 내며 신비감을 감추지 못했다. 행사 이틀째 오후에는 준비한 라디오 1000개가 동이 나 한때 항의를 받기도 했다.

 아들을 따라 모처럼의 나들이에 나섰던 세훈이 어머니에게도 전파를 이용한 유방암 진단, 인체의 호흡·심장박동 체크 등은 이채로운 볼거리다. 전시차량 안에 구현된 미래 유비쿼터스 세상을 그대로 집으로 옮겨 놓고 싶은 생각도 든다.

 우주전파환경 관측, 전자파 강도 측정을 비롯, 텔레매틱스 체험 차량, 전파감시 차량 등 쉽게 접하지 못했던 내용을 선보인 초·중·고교 과학동아리와 한국정보통신대학(ICU), 전파진흥원, 전파연구소 등의 전시물은 감탄사를 연발케 한다.

 전파가 방송·통신뿐만 아니라 의료, 홈네트워크, 안전 진단, 위치 정보 등에서 우리 생활의 일부로 존재한다는 점도 새롭다.

 18, 19일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가을 단풍과 함께 열린 ‘전파 놀이마당’에 놀러온 사람들은 ‘직접 보고, 즐기고, 만지고 체험하는 전파’를 만끽했다.

 전파진흥원의 ‘전파 놀이마당’은 말 그대로 즐거운 놀이터가 됐다.

 일반인과 학생들이 유비쿼터스 사회의 핵심 매개체인 전파를 직접 만지고 보고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자던 취지에 맞게 이날 전파는 ‘늘 함께하는 소중한 친구’였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전파엑스포는 평소 전파를 일상생활은 물론 여러 산업 분야에 창의적으로 응용·이용하는 ‘전파 마인드’를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길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번 전파엑스포를 계기로 전파 마인드 확산을 통해 모든 분야에서 전파를 이용한 창의적·독창적 아이디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해냄으로써 생활의 편리성 및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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