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서비스기업들이 사업 수주를 위해 소프트웨어(SW)기업들에 제안서 작성에 참여하게 한 후 정작 계약 단계에서는 해당 기업을 배제시키거나 가격 인하를 강요하는 관행이 아직도 성행하고 있다. 더구나 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투입 인건비조차 정산해 주지 않으려는 IT서비스기업도 있어 돈과 시간만 뺏긴 SW기업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당한 방법으로 사업에서 배제되는 일이 많아지면서 최근 한 SW기업이 IT서비스기업을 상대로 소송까지 진행됐으며, SW기업들은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모아 정부에 건의했다.
◇불공정 관행 비일비재, 급기야는 소송까지=최근 SW기업 A사는 IT서비스기업인 B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현재 계류 중인 상태다. 제안서 작성에 참가해 발주자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선정된 이후에 벤치마크테스트(BMT)를 명목으로 사업에서 배제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회사의 CEO는 “비록 문서화하고 협력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청약과 승낙의 절차를 거쳐서 컨소시엄이 탄생하게 된다“며 “컨소시엄은 각 사업영역을 맡아 제안서 개발을 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이는데 나중에 이를 배제하는 것은 업무상으로 상당한 손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관행은 향후 IT서비스기업들이 SW 가격을 인하하는 압박용 카드로도 사용된다.
한 정보보호 솔루션 업체 임원은 “제안서 참여시켜놓고는 나중에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쟁업체 제품을 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며 “그래서 SW 분리 발주를 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C사는 지난 5월 K증권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에서 참여 솔루션 기업들을 모두 개별적으로 불러 각자 제안서를 쓰게 하고 최저가 업체를 선정하는 모습을 보여 원성을 산 바 있다.
◇“선투입 인건비조차 모르쇠”=올 초 SW기업 D사는 한 은행 BMT에 함께 참가하자는 대기업의 제안을 받고 6개월 동안 개발자들이 해당기업에 상주하다시피하면서 솔루션을 개발했다. 그러나 결국 이 회사는 다른 기업과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후 선투입 개발 비용의 절반만을 E사에 건냈다. 그것도 한 달간 집요한 설득 끝에 얻어낸 성과였다.
얼마 전 E사는 사업수주를 위해 인력을 한 달간 선투입을 했지만, 개발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향후 개발하기로 한 후 계약 체결을 기다렸다. 몇 달 후 F사는 사업을 같이 진행했던 IT서비스기업이 자체 개발하는 쪽으로 결론 짓고 발주자와 계약을 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선투입 비용을 못 받은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일은 A, D, E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232명의 SW기업인들에게 SW전문기업협회가 벌인 설문조사에서 이러한 문제로 불이익을 받았냐는 질문에 매우 있다는 대답이 6.03%(14명), 종종 있다는 대답이 84.49%(196명)로 나왔다. 이후 협회는 정부에 이러한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막을 제도를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하소연할 곳 없어 더욱 고통 = 가장 큰 문제는 하소연할 곳도 이를 막을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제안서 작성 단계에서는 구두로만 합의를 할 뿐 정식 계약은 향후 사업을 수주한 후에 이뤄지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보호받는 것이 쉽지 않다. 다만 이를 업계에서는 대중소 상생을 위해서는 지양해야 할 불공정 관행으로 보고 금기시하고 있을 뿐이다.
법률정보화 솔루션 기업 로앤비를 운영하는 안기순 변호사는 “구두로 약속했다고 하지만 정식 계약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사례가 많다”며 “선투입을 해놓고 교체되면 더 큰 손실이지만 그것 가지고 소송을 걸기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에 IT서비스기업들은 발주자의 요구가 바뀌는 통에 협력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이다. 최효근 IT서비스협회 실장은 “사업자 선정해놓고 발주자가 요구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IT서비스기업들이 ‘을’의 처지에서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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