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2012년께로 잡은 450㎜ 웨이퍼 라인 가동 시점을 놓고 시각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450㎜ 웨이퍼 전환 시점을 늦추자는 ‘실용 투자’ 입장인 반면 삼성전자는 조기에 전환하자는 ‘선행 투자’ 입장를 고수하고 있다.
이같은 입장차는 지난주 열린 ‘한국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장비 추계학회’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최진석 하이닉스반도체 부사장과 박영규 삼성전자 상무가 450㎜ 웨이퍼 전환 시점 관련 토론장에서 각각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양사 임원들이 200여명의 교수와 반도체 소자·재료·장비 기업들이 모인 공식 석상에서 의견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조율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최 부사장은 “450㎜로 조기 전환은 투자 대비 매출과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많아 장비 업체·소자 업체에 모두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450㎜로의 전환은 최대한 늦추면서 시장 상황을 보고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300㎜ 웨이퍼 생산 라인을 충분히 활용한 후 450㎜ 로 전환해야지 성급하게 진행할 경우 기존 300㎜ 웨이퍼 투자에 이어 소자·장비·재료 업체들이 450㎜ 투자를 또 다시 진행하면 소자·장비 개발도 어렵거니와 자금 부담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최 부사장은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 재료업체는 300㎜ 프라임과 450㎜ 대구경화에 동시 대응해야하는 어려움이 처해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두 분야에 대한 시장 수요가 창출, 행운도 같이 놓여 있다”며 반도체 업계의 현명한 선택을 강조했다. 300㎜프라임이란 300㎜기계설비의 효율을 높여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경제적 효율을 높이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측은 다른 입장이다. 450㎜ 웨이퍼 대구경화는 삼성, 인텔, 대만 TSMC 등 3개 소자업체가 이미 지난 5월께 합의한 사항이며 선행 투자를 진행, 차세대 국제 경쟁력을 선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450㎜ 웨이퍼는 300㎜ 웨이퍼에 비해 칩 개수를 2배이상 늘릴 수 있어 칩 제조 비용을 절감할 뿐 더러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영규 상무는 “반도체 소자 미세화에 따른 차세대 450㎜ 웨이퍼로 규격 전환에 대비해 세계 반도체 업계가 450㎜ 공정·장비 공동 R&D를 통해 효율적으로 표준화를 추진중에 있다”며 “국내 업계 역시 조기 대응에 실패하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450㎜ 국제 표준 선점 및 대규모 신규 장비·재료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협력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두 회사와 동부하이텍 등 반도체 3사는 지난 6월 합의한 450㎜ 웨이퍼 규격 표준 협력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이달말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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