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소란(noise)이 다양한 접점(touchpoint)을 통과해 인터넷 공간을 더욱 팽창(expansion)시키고, 자율(self-regulation)이 살아 숨쉬는 누리를 만든다.’
전자신문이 신인터넷 기획을 마무리하면서 한 문장으로 정리한 미래 인터넷의 모습이다. 법·기술·정치·미디어·경제 5개 분야에서 미래지향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과의 심층 토론을 통해 얻어낸 미래 인터넷 키워드는 ‘소란, 접점, 팽창, 자율’이다. 황성기 한양대 법대 교수(법), 김국현 한국MS 플랫폼사업본부장(기술), 송경재 경희대 교수(정치), 김성태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미디어), 최경진 굿모닝신한증권 수석연구원(경제) 등이 각 분야에서 도움을 주었다. 이들 5인은 모두 인터넷이 가져온 긍정적 변화에 주목했으며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의 인터넷이 스스로 발전할 것임을 의심치 않았다.
◇소란(noise), 미래 인터넷의 원천=인터넷은 시끄럽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란은 잠재워야 할 대상이 아니다. 김국현 한국MS 부장은 “짧은 기간 동안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는 목소리는 노이즈 그 자체일 수 있지만 결국 그것이 인터넷의 본질적인 속성인 동시에 인터넷을 떠받치는 개인의 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소란 자체가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란을 잘 받아들이면 사회의 다양성을 훨씬 더 큰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김성태 교수는 “전통 미디어의 역할인 의제설정을 인터넷 공간에서는 개인들이 하게 되는 ‘역의제설정’의 고무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인터넷 공간의 역동성을 높인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접점(touchpoint), 기술의 핵심 축=인터넷 공간이 더욱 확장될 것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모바일의 접목, 디바이스의 진화, 뉴미디어의 활성화로 인해서다. 통신기술·뉴비즈니스는 있지만 어떤 요건에 의해 발현될지 아직 가늠하기는 어렵다. 접점 기술이 미래 인터넷을 논하는 핵심 축으로 꼽히는 이유다.
최경진 연구원은 “시맨틱웹, 즉 지능화가 화두가 되는 것처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원하는 것을 따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바로 인터넷 공간 확장의 접점이 될 것”이라며 “애니웨어·애니디바이스 등 인터넷 공간에 접속할 수 있는 접점의 한계가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국현 부장은 “기술이 웹을 진화시키는 한 축임에는 틀림없다”며 “음성인식, 터치, 단말기 유저인터페이스(UI) 등 어떤 기술이 될지 모르지만 새로운 접점의 출현은 더욱 많은 사람을 인터넷 공간으로 불러들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팽창(expansion), 공간 진화의 필연성=새로 만들어지는 접점은 끊임없는 인터넷 공간 확장을 이끈다. 에너지를 갖춘 공간의 폭발적인 팽창이다. 단순한 소란과는 차원이 달라진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팽창이 미래 인터넷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데 전문가들은 주목했다.
김성태 교수는 “미래 인터넷은 획기적 변화를 몰고 오는 중요한 매체가 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 삶의 일부분, 즉 문화가 될 것”이라며 “인터넷 공간 팽창은 섣불리 예측하기 힘든 삶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다이너마이트와 같은 팽창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더욱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올 미래 인터넷의 팽창을 오히려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송경재 교수는 “최근 추세를 보면 인터넷으로 발산되는 에너지를 흡수하려는 노력을 하는 게 아니라 에너지 자체를 차단하려는 게 우려스럽다”며 “인터넷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너무 두려워할 것도 없고 적절히 이용할 줄 알면 된다”고 지적했다.
◇자율(self-regulation),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근간=아무리 인터넷 공간이 변해도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절대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 모든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의 생명은 자율이다. 자율을 억누르면 풍선효과(풍선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오르는 현상)가 나타나고, 권리와 책임의식이 전 사회적으로 확대돼야 비로소 인터넷 자율정화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 때문에 미래 인터넷을 논하는 데 자율은 인터넷 공간의 팽창과 함께 빼놓을 수 없다. 자율의 충분조건은 사회의 성숙, 필요조건은 합리적 규제 로드맵으로 요약된다.
황성기 교수는 “인터넷은 우리의 일상이 됐기 때문에 사회와 교감하면서 성장한다”며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시끄러운 시스템이지만 시끄러운 과정 속에서도 질서를 잡아가는 것이 미래 인터넷의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최소한의 규제가 있어야 하지만 자율을 유도할 수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획취재팀=조인혜차장(팀장) ihcho@, 김민수·한정훈·최순욱·이수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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