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과 함께 한국경제를 짓눌렀던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유종인 두바이유·서부텍사스산원유(WTI)·브렌트유 등은 80달러 이하로 내려앉았다.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감소 때문이지만 유가 급등세가 꺾였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11월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긴급총회가 향후 유가를 결정짓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유가 하락세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14일까지 10월 평균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77.89달러, 브렌트유 82.56달러, WTI 87.75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1년 전 이맘때와 비슷한 가격으로 전달에 비해서는 각각 18.41달러, 15.63달러, 15.94달러씩 급락했다. 월평균 가격이 130달러를 넘어서며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7월에 비해서는 무려 50달러가 빠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가가 80달러 이하에서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60∼70달러까지 내려간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라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석유소비가 크게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4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2.82달러 오른 73.75달러로 마감했지만 6일 연속 80달러 이하를 기록했다. 같은 날 WTI는 배럴당 2.56달러 내린 78.63달러로 마감했고 브렌트유도 배럴당 2.93달러 하락한 74.53달러로 장을 마쳤다.
당분간 유가는 이 같은 하락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의 구제금융 조치에도 석유수요 둔화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다. 계절적인 유류소비 증가 요인이 있지만 가격하락 추세를 되돌리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급격한 하락세는 다소 주춤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다음달 8일 유가 급락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OPEC 총회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의에서 산유국들은 유가하락을 막기 위해 감산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유가 하락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채현기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감산 가능성으로 인해 급격한 하락세는 주춤해지겠지만 경기침체로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연말까지 80달러 전후반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유가하락은 국내 기업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유도입 단가가 낮아지면서 기업의 비용부담이 감소하고 물가 상승 압력도 완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통한 내수부양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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