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SK텔레콤(SKT)이 와이브로 음성탑재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은 철저한 현실론에서 비롯된 결과다.
와이브로 음성탑재와 이동전화가 상호 수요를 보완하는 상품이 아니라 상쇄하는 경쟁적 상품, 즉 대체재라는 판단이다. KTF와 합병을 구상 중인 KT는 물론이고 SKT가 기존 이동통신 외에 이동통신의 최대 경쟁 상품이 될 수 있는 와이브로 음성탑재를 동시에 제공하는 게 비현실적이라고 설명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는 침체된 와이브로를 활성화하기 위한 해법으로 음성탑재를 천명한 이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고수하고 있다. 방통위는 특히 와이브로 활성화 대안으로 와이브로 음성탑재 요구가 그간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와이브로 음성탑재 실현에 앞서 방통위와 KT·SKT 간 이해 관계가 크게 엇갈리고 있는 대목이다.
◇상황이 달라졌다=SKT가 이동통신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로 와이브로 음성탑재에 일관되게 반대했던 반면에 KT는 과거과 달리 부정적 의견으로 선회했다. KT는 와이브로 사업권을 받았던 지난 2005년 이후 직·간접 채널을 거쳐 방통위(옛 정보통신부)에 와이브로 음성탑재를 거듭 요청한 바 있다.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던 와이브로를 이동통신으로 사용, 투자비를 조기 회수하고 이동통신 시장에 진입하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KTF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만큼 더 이상 추가적인 ‘이동통신’에 대한 수요가 사라진 것이다. 최대 경쟁사인 KT와 합병 이전 옛 하나로텔레콤의 무선시장 진출에 대한 방어용 카드로 와이브로 사업권을 받았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던 SKT는 과거 KT의 이동통신 시장 진출에 강력 반발, 와이브로 음성탑재를 반대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와이브로 음성탑재가 허용돼 KT가 이동통신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SKT의 이동통신 시장을 빼앗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SKT 고위 관계자는 “방통위가 추진하는 와이브로 음성탑재는 과거 KT가 KTF와 합병을 준비하기 이전에 요구했던 과거 버전”이라며 “현재는 통신그룹 내 유무선 기업 간 결합이 초읽기에 돌입하는 등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대안은 없나=방통위와 KT·SKT가 와이브로 음성탑재에 관해 의견을 달리하고 있지만 와이브로 음성탑재는 이동통신 시장에 진입하려는 신규 사업자에는 기회다. 소비자 측에서는 기존 이동통신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이동통신 서비스 등장을 의미한다.
방통위가 와이브로 음성탑재를 비롯, 신규 사업자 선정과 800∼900㎒ 주파수 추가 할당을 공식화한 가운데 케이블TV 사업자가 와이브로를 활용, 이동통신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KT와 SKT가 와이브로 음성탑재에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힌만큼, 방통위가 와이브로 음성탑재를 신규사업자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게 현실적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신규 사업자가 KT와 SKT처럼 막대한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투자를 할 수 있는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하지만 방통위가 와이브로 신규 사업자 진입을 허용, 사실상 경쟁이 전무했던 와이브로 시장을 자극함으로써 KT와 SKT의 연쇄적인 와이브로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김원배·황지혜기자 ad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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