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좋아서 하루의 절반 이상을 인터넷에서 살다가 결국 인터넷으로 인기를 얻고 직업까지 갖게 된 사람들. 전업 블로거 김태우씨(31), UCC 감독 이진호씨(34), 얼짱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 홍아름씨(22)는 인터넷이 삶이 된 사람들이다. 이미 온라인에서 유명인인 이들은 각각 블로그·UCC·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새로운 인터넷 툴을 이용해 사이버 세상을 앞서 나가고 있다. ‘新인터넷’을 말해 줄 수 있는 두 번째 그룹으로 이들을 선택한 것은 네티즌의 속성과 온라인 변화의 이해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바쁜 이 세 사람을 지난달 9일 오프라인으로 불러내 인터넷 공간의 속살을 좀 더 깊이 들여다봤다. 이들은 인터넷이 삶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주목해야 하며 현실과 잘 소통해 나간다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달라진 인생, 인터넷은 삶 그 자체:이들에게 인터넷은 단지 의견을 표출하는 틀에 머무르지 않는다. 경제적인 활동까지 벌이는 비즈니스의 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터넷이 개인의 삶에서 의미하는 바도 사뭇 다르다. 예상치 못했던 인생의 변화지만 되돌리고 싶지 않은 변화다.
김태우=인터넷은 삶 그 자체다. 잠자는 시간과 사람 만나는 시간을 빼고는 항상 인터넷을 끼고 있다. 음악을 듣고, 웹서핑을 하고,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그저 기술동향을 살펴보기 위해 시작한 블로그 활동은 어느덧 만 4년을 훌쩍 넘었다. 그동안 웹2.0에 관심 있는 이들과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전업 블로거라는 명칭까지 얻게 됐다.
이진호=인터넷 때문에 삶이 달라졌다. 초기 음악 관련 동영상을 제작할 때는 찾아주는 곳도 없고, 부모님도 걱정을 많이 하셨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창작물이 인정받기 시작하고 기업·기관에서 UCC 제작을 요청하는 일이 늘면서 많은 게 달라졌다. 동영상 올리고, 댓글 모니터링하고, 새로운 아이디어 찾고…. 인터넷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홍아름=참 많은 것을 주는 공간이다. 인터넷으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결국 창업으로까지 연결됐다. 알아보는 사람이 많으니 쇼핑몰 수익도 늘고 이게 계속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현실과 인터넷은 상호 보완관계:인터넷에 묻혀 사는 이들도 인터넷이 현실 공간과 똑같다거나 혹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온라인에서만 이뤄지는 일도 있고, 오프라인에서 더 장점이 많은 일도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각기 다른 속성을 잘 이해한다면 상호 보완적인 시너지 효과를 이룰 수 있다.
김태우=인터넷이 완전히 현실을 대체하기는 힘들 것이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만 사람들은 실제로 강연 듣기를 더 원한다. 신경으로 모든 것을 전달하는 매트릭스 세상이 열리지 않는 한 온라인 세상과 현실은 서로 보완해가면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이진호=비슷한 생각이다. 물론 스타크래프트를 하다가 정우성과 채팅을 하게 되는 것처럼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이 종종 발생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홍아름=인터넷에서 표출되는 나와 실제의 내가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전혀 별개의 공간은 아니다. 사업을 봐도 인터넷 쇼핑몰과 함께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 두 가지가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성장한다.
◇댓글로 고생했지만 근절 대상은 아니야:인터넷 활동이 많은 이에게 악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열렬한 지지자가 많은 만큼 안티 세력도 적지 않다. 악플로 인해 힘든 일도 있었지만 댓글이 사라져야 할 대상은 아니다. 악플로 인한 부작용보다는 댓글의 문제제기 방식과 수용문화를 더 성숙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홍아름=실제로 미니홈피에 지속적으로 욕설을 올리는 사람들을 경찰에 신고한 경험까지 있다. 신고하고 보니 고등학생이었는데 내 미니홈피에 악플을 달면 자신의 미니홈피 방문자 수가 늘어난다는 게 이유여서 황당했다. 각 사이트에서 신고기능 등을 도입하면서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기본 상식을 지키면 되는 문제기는 한데 어느 정도 교육이 필요하다.
이진호=아마 악플을 가장 많이 받아본 사람 중 한 명일 것이다. 공들여 만든 영상물에 근거 없는 혹평이나 욕설을 늘어놓으면 초창기에는 일일이 응대하거나 사과를 받기도 했다. 요즘은 많이 무뎌졌다. 댓글 때문에 상처받지만 없어져야 할 대상은 아니다. 댓글에서 발견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창작의 소재로도 쓰기 때문이다. 악플로 인해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는 문제가 발생해서는 안 되지만 결국 문제점이 부각되고, 정화가 되고, 반성하는 과정에서 발전하는 게 아닐까 싶다.
김태우=블로그는 특성상 논리적이면서 긴 글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욕설과 같은 악플은 적은 편이다. 하지만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서 공격을 받기도 한다. 악플은 단순히 인터넷의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은 우리 사회가 서로를 존중하는 수준이 극대화돼서 표면적으로 나타날 뿐이다.
◇사이버상 규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인터넷 규제를 보는 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인터넷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고 경제적 이익까지 얻고 있는만큼 자유분방한 생각을 내놓을 것 같았지만 규제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그러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응이 중요할 뿐 국민 대다수를 겨냥하는 정부 규제의 방향이나 철학에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진호=인터넷이란 공간이 더욱 쉽게 확산되고, 범죄 발생의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규제는 필요하다. 현실과 비슷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 더 강한 제재를 하는 것도 효과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를 규제하려는 인터넷 실명제에는 반대다.
김태우=피해 대응은 강화하는 게 맞다. 하지만 실명제와 같은 규제가 일반인을 보호하기 위해 나온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더욱이 이런 역기능에 그간 정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는데 갑자기 사업자와 네티즌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모순이다.
홍아름=처벌을 강하게 하는 것도 좋겠지만 현재 있는 법이 신속하게 작동했으면 좋겠다. 피해를 보고 고발한 후 거의 한 달이 지나도록 진척이 없었는데 그동안 상처는 더 커진다.
◇저작물 공유는 바람직… 도용은 안 돼:이들은 직접 저작물을 만드는 주체기도 하다. 이들은 열린 마인드를 반영하듯 인터넷 콘텐츠 공유에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저작물을 공유해서 많은 사람이 즐기고 이용하는 것과 타인의 저작물을 마치 자신의 작품인 것처럼 포장하면서 이익을 얻는 것은 반대했다.
이진호=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수익과도 직결되지만 결국 내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업적으로 이용할 때다. 재미있는 게 모 방송국에서 내가 제작한 UCC를 쓰겠다고 요청해서 저작권료를 요구했더니 그런 사례가 없었다며 황당해하더라. UCC 제작자들이 방송타면 마냥 좋아하는 경우가 있는데 본인의 창작물을 이용한다면 그 대가는 당연히 받아야 한다.
김태우=내 글을 많은 사람이 읽는 거야 뭐가 문제가 되겠나. 하지만 남의 것을 자신의 것인 양 포장해 모든 권위를 인정받고, 실익을 취하는 것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인터넷상에서 저작권을 활용하는 모델이 다양한데 그저 과거처럼 콘텐츠 팔아서 돈버는 수익 모델만이 유일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홍아름=기본적으로 공유는 나쁘지 않다. 마케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사진이나 쇼핑몰 사진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인터넷 공간 지속적으로 확장될 것:UCC, 블로그, 미니홈피 등은 모두 인터넷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이런 새로운 채널, 새로운 플랫폼이 계속 나올 수 있을까. 인터넷 공간이 어디까지 확장 가능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들은 공간의 확장에는 모두 공감했다. 다만 그 방향은 세분화·통합화 등이 다양하게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인터넷 공간의 확장이 이를 적극 이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려 놓을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이진호=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은 무한한 가능성의 5%도 안 된다. 60년대 만화영화 아톰을 보면 컴퓨터로 교육하는 장면이나 무빙워크 같은 게 나오는데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것이 지금 현실로 이뤄지지 않았나. 상상했던 것은 다 접목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계층·나이·취미 등에 따라 세분화된 콘텐츠가 강화될 것 같다.
김태우=앞으로 3∼4년 동안의 트렌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거리가 줄어드는 방향일 것 같다. 온오프라인 통합과 모바일 접목 등이 이슈가 될 것이다. 다만 주어진 정보만 받아보는 사람들과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다.
홍아름=구체적으로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모든 가능성은 다 열려 있다. 생길 수 있는 것은 다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런만큼 정보 격차도 커진다. 이미 지금도 많은 차이가 나고 있다.
이진호=인터넷의 확장과 동시에 하드웨어도 발달하기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접근만 한다면 격차가 줄 수도 있다. 음성으로 검색이 되고 TV로도 검색이 된다면 지금 컴퓨터를 모르는 사람도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된다.
기획취재팀=조인혜차장(팀장) ihcho@, 한정훈·김민수·최순욱·이수운기자
김태우씨는=국내 최초의 전업 블로거다.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블로그만 10개가 넘는다. 웹2.0에 관한 통찰력 있는 견해를 제시해 인터넷과 관련된 각종 콘퍼런스에 단골로 초청되는 인기 연사기도 하다. 인터넷과의 첫 인연은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 온라인으로 대학 원서를 접수해 본 것이다. 당시 AOL에서 모뎀 접속을 통해 들렸던 ‘삐∼’ 소리는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이후로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인터넷에 접근하고 있다.
이진호씨는=일명 후크선장으로 불리는 유명 UCC 제작자다. 그가 대표로 있는 후크필름이 올리는 동영상은 판도라TV, 엠군 등 사이트에서 최다 수백만건까지 조회 수를 기록한다. 최근에는 재래시장 등 대한민국의 다양한 모습을 담는 작업으로 UCC 저변을 넓히는 데 애쓰고 있다. 인터넷과의 특별한 인연은 없으나 4년 전 음악 관련 영상을 동영상 UCC 사이트에 올린 것이 인기를 끌면서 주 활동 무대를 인터넷으로 옮겼다. 원래 드러머로 활동하면서 연주자들의 연주 장면을 녹화하는 게 취미.
홍아름씨는=고등학교 시절 인터넷 얼짱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일촌 수만도 8만명이 넘는 인터넷 스타다. 최근에는 연매출 5억원이 넘는 쇼핑몰 운영자로 변신해 방송 출연까지 하는 등 활동반경을 넓혔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친구들과 포털사이트에 카페를 만들고 e메일로 안부를 주고받으면서 인터넷과 친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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