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사장단,한국형 서브프라임 사태 없을 것"

삼성그룹 경영진은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신뢰상실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하고, 지나치게 부화뇌동하기보다는 상황을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삼성은 8일 오전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삼성전자 이기태 대외협력담당 부회장 주재로 사장단협의회를 갖고 글로벌 경제상황 급변에 따른 의견을 교환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삼성의 매출과 이익의 약 90% 정도가 글로벌 차원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주로 글로벌 상황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눴다"며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근본적으로 신뢰상실에서 온 것이고,신뢰상실로 인해서 달러 경색이 빚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기태 부회장은 "수많은 정보들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 들어오는데 사장단이 매우 원활하게 정보를 교환해 글로벌 시장에서 일어나는 변수들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체제를 갖추자"고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체제 구축을 강조했다.

삼성투신운용 강재영 사장은 회의에서 "경제가 어렵지만 글로벌 불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며, 이런 경제상황이 국내든 해외에서든 모두 다 심리에서 좌우되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부화뇌동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차분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담보대출 규모가 큰 삼성생명의 이수창 사장은 "한국형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그 이유로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정부와 민간에 많은 학습경험이 쌓여있고, 정부와 금융기관에서 상당히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이라는 점 등 두가지를 들었다.

일부 사장들은 "글로벌 위기 자체에 기회 요인이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경제가 돌아가는 것을 주시하면서 기회를 물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삼성 관계자가 전했다.

삼성전자 이상완 LCD총괄 사장은 "일부 제조사의 경우 협력업체를 잘 보살펴야 한다"며 "중소.중견기업들이 혹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 전망과 관련, 삼성토탈 고흥식 사장은 "유가는 장기적으로 큰 무리없이 안정적으로 갈 것 같아서 불행 중 다행"이라고 전망했다.

달러 경색과 관련, 삼성 고위 관계자는 "오늘 회의에서는 자금에 관한 얘기는 없었다"며 "삼성의 경우 대부분 현지통화로 거래하기 때문에 환헤지를 할 필요가 없고, 그래서 삼성에선 그 문제가 이슈가 안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연말 임원 인사 시기와 규모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시기나 규모에 있어서 예년과 똑같은 방식으로 간다"며 특별한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삼성전자의 샌디스크 인수 협상에 대해서는 "협상이 시작된 지 얼마 안돼서 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사장단협의회에서는 지난 1일부터 삼성 계열사에서 시작된 비즈니스 캐주얼로의 근무복장 변경 조치와 관련해 어떤 복장이 가장 적절한 것인지를 놓고 가벼운 대화가 오갔고, 제일모직 제진훈 사장은 의류회사 CEO답게 회의 참석자들에게 비즈니스 캐주얼을 잘 입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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