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연구기관과 대학 간의 협력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협력 후 예상되는 과제와 운영원칙 등에 대한 사전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또 협력 당사자인 기관 중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추진이 아니라 각 당사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필요성에 기반한 상생주의 차원의 협력이 이뤄져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이는 올해 초 정부가 추진했던 대학과 출연연의 통폐합 등 일방적인 학·연협력 추진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해 주목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원장 김석준)은 29일 ‘학연협력의 방향과 당면과제’라는 보고서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출범 이후 학·연협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학·연협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학연협력의 성공을 위한 조건으로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상생주의 △학·연협력 당사자 기관간의 상호 필요에 기반한 자율적 체결주의 △정부 차원에서 용이하게 추진할 수 있는 유형에서부터 기관 차원의 준비가 요구되는 난이도 있는 유형인 점진주의 등 3대 철학을 꼽았다.
이와 함께 현재 우리나라의 학·연협력에 있어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도 제시했다.
보고서는 학·연협력의 궁극적인 목적이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연구성과 창출과 인재양성에 있는 만큼, 학·연협력에 관한 기획·관리·평가제도 구축에 산업계의 수요가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학·연협력을 통한 외연확장보다, 협력 성립 후 예상되는 문제점과 운영원칙 등 소프트웨어에 대한 충분한 사전준비 작업이 성공가능성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가 주도하는 톱다운 방식의 일괄추진이 아닌 협력기관 당사자 간의 필요에 기반한 버텀업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김왕동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자율·상생·점진주의 등은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실제로 잘 지켜지지 않아서 문제”라며 “현 시점에서 출연연과 대학이 협력하려면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정부가 정책적 측면에서 학·연협력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공동으로 적용하고자 하는 톱다운 방식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외국의 사례처럼 충분한 시간을 갖고 협력모델에 따라 예상되는 문제점과 시스템 측면의 사전검토를 상세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건호기자 wing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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