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크기의 공을 어떻게 하면 가장 빽빽하게 밀집시킬 수 있을까?
16세기 최고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는 수없이 많은 실험을 통해 그 방법을 알아냈다. 이른바 ‘면 중심 입방격자’ 방법인데, 공 4개의 중심을 이었을 때 공 사이의 공간이 정육각형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주어진 공간의 74%를 공으로 채울 수 있다.
그러나 케플러는 물론 후대의 수많은 과학자들 역시 경험적으로 알아낸 이 가설을 수학적으로 입증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다 1998년 미국 미시간대학교 토머스 헤일스 교수와 그 제자인 숀 팩러플린에 의해 드디어 증명됐다.
시대를 잘 타고난 덕택에 대용량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 핵심 성공요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50쪽짜리 논문을 도출한 이 연구에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면 중심 입방격자’는 과일 상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방법이다. 과일가게에 가면 언제든 이 방법으로 쌓여진 과일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천재 수학자들은 이것을 증명하는 데 무려 387년이라는 세월을 투자하고, 대용량 컴퓨터까지 동원했다.
어쩌면 바보 같은 연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케플러의 이 법칙이 증명됨으로써 사람들은 물품을 컨테이너 안에 쌓는 효율적인 방법, 회사를 효과적으로 경영하는 방법, 항공기에 1등석을 몇 개 만드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지 등을 알아낼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사회 각 분야, 수없이 많은 상황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수학연구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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