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은 개방과 공유·참여를 근간으로 하는 웹2.0 시대를 이끄는 중심 축이다. 이들은 콘텐츠 생산자이자 소비자로서 새로운 인터넷 세상에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판도라TV 김경익 사장(41)은 일찍부터 인터넷에 눈뜨면서 이 같은 변화를 감지해 낸 몇 안되는 CEO다.
그는 검색 포털이 한창 성장세를 그리던 지난 2004년 ‘판도라TV’를 열었다. 지금은 약간의 인식변화가 일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동영상 서비스는 수많은 인터넷 서비스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수익보다 더 많은 비용을 동영상 서비스에 쏟아붓고 있다.
UCC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찾은 그는 천상 엔지니어였다. 다소 어눌한 듯 하면서도 차분한 말투에는 진득한 느낌이 전해져 왔고, 집무실 또한 겉치레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업무를 위해 필요한 공간일 뿐이었다.
◇숙명처럼 다가온 인터넷
좁은 집무실을 피해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아 보였다. 그만큼 최근 들어 벌어지고 있는 인터넷 비즈니스를 둘러싼 환경 변화에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그가 인터넷 비즈니스에 발을 들인 계기부터 물었다. 그는 대학 시절 애용하던 인터넷의 가치에 홀딱 반해 잘나가던 연구원 생활을 접고 인터넷 사업에 뛰어든 케이스였다.
“1992년께였죠. PC통신조차 생소하던 시절이니… 논문 자료를 찾기 위해 국내는 물론 MIT 등 해외 대학까지 접속했어요. 한국에서는 찾을 수 없는 자료도 쉽게 찾을 수 있었죠. 졸업 후 회사에서 받은 하얀색 노트북으로 웹에 접속해 콘셉트카 등의 화보를 받아 볼 때면 가슴이 떨리고 흥분됐어요.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었죠. 남들보다 일찍 인터넷에 접해 볼 수 있었던 것이 내게는 큰 행운이었어요.”
김 사장은 당시를 “인터넷의 가치를 극단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인터넷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던 그는 결국 아무런 대책 없이 회사를 뛰쳐나왔다. 머리 속에서 꿈틀대는 무엇인가가 그를 이끌고 있었다.
“e메일로 질문을 보내면 바로 다음날 답변이 왔어요. 생활 속도가 달라진 느낌이었죠. 뭔지는 모르지만 이거다 싶은 생각에 아무런 대책 없이 아무튼 한번 해보자는 각오만 가지고 나왔어요.”
김 사장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어릴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지 한번 마음을 정하면 밀어붙이는 성격이 돼버렸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럴 정도로 인터넷이 그의 인생에 가져다 준 변화가 컸던 때문이다.
◇인터넷의 미래는 개인미디어
일단 시작해 보자는 의미로 무작정 창업을 했다. 회사이름도 ‘시작시스템즈’라고 지었다. 96년 6월의 일이었다. 이후 회사 이름을 레테닷컴으로 바꿔가며 에디터툴과 스크린세이버 개발 및 PC통신에 인터넷 뉴스 제공, 크리스마스 카드 전송 서비스, 쇼핑몰과 블로그 서비스 등을 해봤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결국 그는 이같은 주변 사업만으로는 더 이상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 회사를 디자인팀장에게 넘겨주고 재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남들이 안하는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했어요. 소비자들이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일만한 새로운 비즈니스 유형을 찾아야 한다는….”
그가 판도라TV를 오픈한 것은 2004년이 저물어갈 무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과거에는 인터넷에 대한 환상만 가지고 무작정 회사를 세웠다면 이번에는 10년 가까운 인터넷의 변화를 직접 몸으로 체득하면서 얻은 확신이 있었다.
지난 10년 간은 ‘인터넷=검색’이라는 등식이 만들어져 왔다면 앞으로 10년은 개인미디어로의 진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지난 10년 간은 포털의 세상이었어요. 그런데 포털의 실체는 검색이었죠. 하지만 그 다음은 무엇이 될까 생각하다보니 그 중 하나가 개인미디어라는 느낌이 왔어요.”
그의 생각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개인들의 목소리는 물론 역량과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데에 꽂혔다. 이는 그 누구도 안하고 있는 일이라는,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는 평소의 고민과도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개인미디어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은 아직도 혁신을 지속하고 있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때문이었다.
◇인터넷 문제는 ‘정·반·합’으로 풀어야
화제를 최근의 분위기로 돌렸다. 최근 일고 있는 인터넷 관련 규제 움직임은 동영상 서비스와 무관하지 않은 때문이었다.
그러자 그는 “인터넷 문제는 ‘정·반·합’의 개념으로 풀어야 한다”고 잘라 말한다. 모든 문제가 그렇듯 인터넷에서 불거지는 다양한 문제는 결국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풀어갈 수 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사업자들은 이미 문제 해결을 위해 엄청난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개인 고객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죠. 그 안에서 부딪히는 부분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양자간에 문제 해결을 위해 ‘합’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거예요.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발전해 나가는 거죠.”
그의 얘기는 계속 이어졌다. “실명제니 뭐니 하는 것들은 ‘정’만 있어야 한다는 논리예요. ‘반’은 인정하지 않고 ‘정’만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합’을 이뤄내는 길목을 차단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인터넷에서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 방법은 ‘합’을 이뤄내는 방법뿐입니다.”
그는 저작권 문제도 꺼냈다. 단호한 입장이었다. “인터넷을 이용한 불법콘텐츠 유통 시장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기업들이 이를 악용하면서 인터넷이 신뢰를 잃고 있어요.” 인터넷 사이트 차단을 포함한 강력한 저작권법 개정안은 이런 점에서 마땅한 조치라는 입장이었다.
◇방송콘텐츠는 풀어야 할 숙제
하지만 방송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다른 입장이었다. 방송사들이 UCC 사이트에서 네티즌들이 방송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는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이제는 시각을 좀 달리해 UCC와 방송을 보완관계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최근 미국에서 U튜브가 소송을 통해 인정을 받은 사례를 들어 “3분 정도의 방송 콘텐츠 영상 인용권은 허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UCC 관련 모임이 있을 때마다 역설해온 이야기였다.
“UCC는 사실 방송 프로그램에서 활용하는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새로운 화제와 뉴스를 만들어 내기도 하죠.” 그러면서 그는 UCC의 순기능과 거꾸로 이를 방송사가 인용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매년 모니터링과 저작권 확보에 매년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지만 유독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 고민”이라고 답답해 했다.
사실 판도라TV는 외형에 비해 큰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도 저작권 확보를 위해서는 아낌없이 투자를 지속해 왔다. 그의 우직한 성격 때문이었다.
그의 풀리지 않는 고민에 대한 토로는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개방과 공유 및 참여가 자유스럽게 이루어지는 웹2.0 시대가 하루속히 열려야 한다는….
김순기기자 soonk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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