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또 `전파 월경`
일본 방송위성(BS) 디지털 방송이 최근 송출파워를 대폭 높이면서 수도 서울의 중심부에서 일본의 고선명(HD)급 디지털 방송이 수신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 전역이 사실상 일본의 HD 방송위성 가시청권으로 들어가면서 한일 간 전파 월경 분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일 전파월경 분쟁은 지난 2003년 우리나라가 먼저 경상도 지역에서 디지털TV 전파를 발사한 후 불거지기 시작했으며 양국 간 수 차례 협의 이후 2004년 일본이 우리나라의 주파수 우선권을 인정하고 주파수 혼신을 빚은 서남부 지역 일부의 디지털TV방송 주파수를 변경하면서 일단락된 바 있다.
특히 BS 디지털 방송은 콘텐츠와 화질 측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전파 월경 문제를 뛰어넘어 문화주권 논쟁까지 야기할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안테나와 튜너를 설치해 놓고 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서울 지역에서 NHK1·NHK2·후지TV·아사히TV 같은 일본 주요 방송이 수신되기 시작했다.
서울 중심부인 강남 지역에서 HD급 일본 위성방송 채널이 10개 이상 수신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BS 디지털 방송은 그동안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부산 등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두세 채널이 수신됐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BS 아날로그 방송만이 나왔다.
이달 중순부터 서울에서 수신되기 시작한 채널은 일본의 방송위성을 이용하는 10개다. BS 디지털 방송은 일본 정부가 난시청 문제 해소와 지상파 방송의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위해 도입했으며 9월 말 현재 시청가구 수는 1000만을 넘어섰다. 통신위성(CS)을 사용하는 일본 스카이퍼펙트TV와 달리 일부 유료채널을 제외하고 대부분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김영철 YTN라디오 방송기술팀 위원은 “BS 디지털 방송은 4년 전 국내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으나, 이후 아날로그 2개 채널만 수신됐다”며 “최근 수신되기 시작한 위성방송은 비교할 수 없는 고선명급이라서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위성의 특성을 감안해야 할 뿐 아니라 오픈스카이 정책에 따라 규제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오용수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위성기술과장은 “국경이라는 관점에서 (전파) 월경은 맞다”면서도 “위성방송은 오픈 스카이 정책에 따라 개인이 수신기를 구매해 시청하면 불법이 아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