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과학과 문화예술의 융합을 통한 산업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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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지난 2001년부터 문화산업에 집중 투자를 지속해 왔고, 문화기술 즉 ‘CT(Culture Technology)’라는 개념도 만들어 기술 개발 측면에서도 성과를 거두어 왔다.

 우리는 영국의 해리 포터 시리즈를 거론하면서 영화 한 편에서 거두는 수익과 자동차 수출을 비교하기도 했으며, 동남아를 중심으로 유행한 한류를 자랑해 왔다. 하지만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하고 영어라는 막강한 언어 인프라를 이용하는 영국을 60년대 이후 산업화에서 벗어난 신흥 공업국 한국과 같은 수준에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 문화산업을 통해 얼마만큼의 고용이 증대되고 자동차 산업과 같은 전후방 효과를 거두었는지는 의문이다.

 서방 선진국이 지금 걷고 있는 서비스·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진입하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한국은 지금도 제조업에서 대부분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제품을 전 세계에 수출해야 생존하는 중진국이다. 더군다나 창조적 인재를 키울 수 없는 교육환경, 아직도 권위주의 문화가 일반적인 기업 환경을 비추어 볼 때 선진국과는 차별적인 문화산업 전략이 필요하다.

 문화산업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투자가 아닌 제조업을 포함한 전체 산업의 창조력과 부가가치를 높이고, 연예인이 아닌 보통사람의 삶의 질도 향상시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제조업 생산성의 기반은 역시 과학과 기술이다. 불행하게도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결과가 산업화로 결실을 거두는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과학기술에 의한 혁신적인 변화를 문화라는 창을 통해 일반인과 비즈니스맨이 쉽게 체험하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면, 이러한 기술 사업화의 열매는 좀 더 풍성해질 것이다.

 정보기술, 생명공학기술, 나노기술, 에너지기술, 항공우주기술, 환경기술과 같은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해 인류의 삶은 혁신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변혁의 시대를 문화라는 창을 통해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 바로 대전에서 지향하는 과학문화(science culture)다.

 과학문화는 특허, 표준화, FDA 같은 공공기관의 승인 등 최초 아이디어에서 상용화까지 가는 긴 기술 회임기간(懷妊期間) 동안 체험과 참여를 통한 마케팅 및 지속적인 투자 유치를 가능케 한다.

 그동안에는 불행히도 정치와 문화가 가진 밀접한 관계에 의해 문화산업 정책이 시장경제의 논리보다는 정치적 배려에 의해 좌우된 측면도 있었다.

 정부는 지금과 같이 고유가 및 세계적 불황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 또 다른 문화 콘텐츠 기술 연구기관의 설립을 위해 수천억원의 국고를 투자하는 것보다는 지난 7∼8년 동안 전국적으로 개발된 문화기술력을 한곳에 집중해 연구, 교육이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가시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개발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상품화하고 문화상품과 연결하는 생산적인 문화산업 단지가 필요하다. 문화라는 이슈 아래 국비를 계속 투자해야 하는 소모성 사업은 지양하고 개발된 문화상품을 주제로 한 호텔, 쇼핑몰, 테마파크 등 상업시설을 통해 공익 기능이 운영되는, 즉 자족 기능이 갖춰진 미래형 문화산업단지의 조성이 시급하다.

강병호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byounghokang@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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