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PC·모니터 등 IT 제품과 LCD TV 시장이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세계 LCD 패널 출하량도 3개월 만에 반등했지만 증가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친데다 재고 누적으로 가격 내림세가 지속되고 있다.
23일 업계 및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 8월 전 세계 노트북PC·모니터·TV 등 대형 LCD 패널 출하량은 총 3890만대로, 경기 침체가 뚜렷해진 지난 5월 이후 처음 증가세로 돌아섰다. 디스플레이뱅크(대표 권상세) 조사 결과 대형 LCD 패널의 출하량은 지난 5월 4150만대로 최대 규모를 기록한 뒤 두 달 연속 감소, 지난 7월에는 3510만대 수준으로 내려앉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출하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통상 8∼10월이 연중 최고 성수기라는 점에서 지난 5월보다 모자라는 규모다. 아직 LCD 패널 시장의 회복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달에 대형 LCD 패널의 평균 가격은 전월 대비 5% 이상 떨어졌다. 지난 3달간 세트 업체들의 재고 조정 여파가 미친 결과로 분석됐다. 패널 업체들의 재고는 줄었지만, 전 세계 시장 수요가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있다.
박진한 디스플레이뱅크 연구원은 “아직 주목할 만한 수요 상승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4분기에도 기대 이상의 시장 반전은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재고량 소진과 경기 회복이 맞물린다면 일시적이나마 패널 시장은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1, 2위인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보다 대만계 패널 업체들이 불황에 더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5위권 패널 업체들의 출하량이 모두 증가세로 반전된 가운데 시장 점유율에서는 AUO가 무려 1.4%포인트나 급락했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지난 7월보다 0.1%포인트 빠져 출하량 점유율 1위를 유지했고, LG디스플레이도 0.6%포인트 떨어진 20.8%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안현승 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사장은 “통상 시장이 나빠지면 지배력이 큰 국내 LCD 패널업체들보다는 대만 패널업체들의 타격이 더 심하다”면서 “최근엔 고환율의 영향으로 일정 부분 국내 업계가 수혜를 입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한기자 hseo@
◆ 세계시장 1위 삼성도 감산?
세계 LCD 패널 시장 1위인 삼성전자마저도 이미 8월부터 감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공식 부인하고 있지만 시장 조사기관들과 경쟁사들은 이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시장 조사기관들과 경쟁사들은 삼성전자의 감산 규모를 5% 안팎의 소폭으로 추정했다. 감산 이유는 삼성전자의 재고량이 지난 7월부터 급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최대 고객사인 델이 노트북·모니터 등 IT용 패널 발주량을 줄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대만업체를 시작으로 지난 7월 LG디스플레이까지 가세했던 감산은 마침내 삼성전자마저도 비껴가지 못한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노트북 시장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델이 일부 (노트북용 LCD 패널) 주문량을 축소하긴 했다”면서 “다만 시장 상황에 따라 재고 관리 차원에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을뿐 ‘감산’은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감산 가능성에 대해 경쟁사들은 잔뜩 긴장하면서도 가격 하락세 저지 또는 반등에 대한 한가닥 기대도 놓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소폭이나마 감산할 정도로 시황이 좋지 않다는 분석과 모든 업체가 감산하면서 가격 하락세도 진정되지 않겠느냐는 희망적인 관측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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