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통합기술 로드맵 나왔다

산업·에너지·IT 9300개 과제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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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에너지·IT를 아우르는 국가 통합 기술전략 플랫폼이 만들어졌다. 정부는 옛 산업기술부가 추진했던 20대 산업·에너지 분야와 정보통신부가 맡았던 14대 IT 분야를 통합해 새로운 14대 분야 9316개 핵심기술에 대한 종합적 로드맵이 담긴 ‘지식경제 통합기술 청사진’을 발표했다.

 ‘중복’과 ‘시간 허비’ 논란에 부딪혀온 국가 연구개발(R&D) 체계가 처음으로 최상위 전략을 마련함에 따라 시장(수요자) 합리성과 추진 체계성을 두루 높일 수 있게 됐다. 특히, 9000여개 기술 간에도 이종 분야 간 교류를 강화해 융합시대에 부합하는 유기적인 R&D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9000여개 기술 구분만 방대하게 이뤄졌을 뿐, ‘선택과 집중’ 전략은 미흡하다는 평도 있다.

 ◇“도시개발계획을 마련한 셈”=정부는 그동안 R&D에 매년 막대한 예산을 퍼부었지만, 과연 어떤 기술에 R&D를 해왔는지조차 불분명할 정도로 난맥상이었다. 기술 개발이 얼마만큼 돼 있고, 어디까지 와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답도 없었다. 김영학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실장은 “전체 청사진조차 없이 R&D 예산이 나갔다. 뼈 아프지만 그렇게 고백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청사진은 도시를 어떻게 가꾸고, 얼마나 살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 것인지에 관한 도시기본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식경제 관련 정부 R&D 및 대내외 여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향후 R&D 투자의 방향성까지 종합적으로 제시하는 새 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떨어지면, 다른 과제하면 되고’ 구조 깬다=종전까진 비슷한 A 과제에서 탈락하면 B 과제를 신청해 지원을 따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것마저 안 되면 부처를 옮겨 타 경쟁과제에서 지원을 따내는 일도 가능했다. 그만큼 방만했던 R&D 구조다.

 새 청사진은 9300여개 과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함으로써 중복이나 과제 옮겨타기 등의 ‘꼼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도록 만들어졌다. 특히 앞으로 추진할 정부 R&D 과제는 모두 이번 청사진의 틀 내에서 기획·평가·예산 배분까지 모두 이뤄진다. 이미 선정된 과제라 할지라도 추진 과정이 미흡하거나 저조하면 도중 퇴출될 수 있다. 김영학 실장은 “첫 시도지만, 이번에 선명하게 구분했다. 추진 목적에 따라 각각의 R&D가 특화돼서 진행될 것”이라며 “이미 선정된 과제(진행형)라 할지라도 청사진 적용에 따라 지원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살아서 진화하는 청사진=고정된 채 변화가 없는 청사진은 빠른 기술 변화와 시장의 요구에 부합할 수 없다. 정부는 1단계로 이 청사진을 온라인에 공개해 시장 및 기업과 칸막이 없는 소통을 추진하게 된다. 나아가 2단계로 상시 검증·보완이 가능한 ‘e-TRM(테크놀로지로드맵)’을 내년 5월까지 구축해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재단 전략기술기획단장은 “기본적으로 이번 청사진은 ‘무빙타깃’ 전략을 따르게 된다”며 “기술의 스펙이나 미래 고객들의 요구 사양이 변할 수 있으니,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목표를 변경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워낙 많은 기술을 망라했기 때문에 청사진 가동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 역할을 산업기술재단이 맡는데 인력도 한정된데다 산하기관 통폐합까지 앞둬 본격 가동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 인력의 확충은 물론이고 산·학·연과의 긴밀한 연계 체제 구축이 시급하다.

 정부는 이번 청사진이 더욱 시장·수요자와 가깝게 소통할 수 있도록 이번주 전라권(23일)을 시작으로, 경남권(24일), 대경권(25일), 충청권(26일)에서 순회 발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진호기자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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