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생각보다 PC 속도가 빠르지 않다.”
PC업체:“PC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저가 SSD를 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SSD업체:“시장 확대 초기에 SSD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까 걱정이다.”
‘꿈의 저장장치’라 불리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PC 속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 SSD는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에 전력 소모·발열·소음 등이 낮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대체하며 노트북PC의 저장장치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크기가 작고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넷북·UMPC 등 이동성이 중요한 저가 미니 노트북PC에서 SSD를 탑재하는 추세가 강하다. 이미 아수스코리아·델코리아·와이브레인 등이 미니 노트북PC에 SSD를 저장장치로 탑재했다.
하지만 SSD를 기본 사양으로 채택한 미니 노트북PC를 사용해 본 소비자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들은 SSD가 기대치에 부흥하지 못한다며 인터넷 사이트에 탑재된 SSD를 빼고 고용량의 하드디스크나 고성능 SSD로 교체하는 법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PC업계와 SSD업계는 서로 약이다 독이다며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소비자 “속도 느리고 용량 적다”=미니 노트북PC업체들이 채택한 SSD는 저속인데다 저장 용량도 적다. 가격을 고려해서다. 미니 노트북PC 속에 자리 잡은 SSD는 데이터 처리 속도가 대개 초당 30Mb 안팎으로 데이터 읽기 속도가 초당 100Mb를 웃도는 단품 SSD와는 차이가 크다.
아수스의 넷북 ‘EeePC 701’ ‘EeePC 901’은 각 4GB, 12GB의 SSD를 저장장치로 탑재했다. 와이브레인의 UMPC ‘B1-SSD’는 8GB·16GB·32GB, 델코리아의 넷북 ‘인스피론 미니 9’는 8GB의 용량을 지원한다. 미니 노트북PC로 동영상·사진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기는 추세를 볼 때 이를 원활하게 사용하기에는 부족한 용량이다.
◇미니 노트북PC업계 “약이다”=미니 노트북PC 제조업체는 보급 확대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가의 고성능의 SSD를 탑재하면 속도 및 제반 성능이 뛰어나겠지만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 와이브레인 관계자는 “두 배 가격을 내고 두 배의 성능을 내는 제품보다 비슷한 가격으로 1.5배의 성능을 내는 제품이 더욱 합리적”이라며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SSD가 가진 발열 및 전력 소모 등에 대한 장점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SSD업계 “독이다”=SSD업체 쪽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슈퍼탤런트의 SSD를 국내에서 판매하는 김동철 동운인터내셔널 사장은 “미니 노트북이 SSD 시장을 넓히고 있음을 인정한다”면서도 “SSD 시장이 막 개화하려는 시점에 저가 SSD를 탑재한 미니 노트북PC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SSD의 성능이 기대만 못하다는 인식이 퍼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아수스의 넷북에 SSD 메모리를 공급한 삼성전자는 “삼성전자는 메모리만 공급했으며, PC 제조사가 콘트롤러를 선택하므로 속도가 느릴 수 있다”고 말했다. SSD는 메모리 부분과 콘트롤러로 구성된다. 메모리 부분도 중요하지만 성능이 높은 SSD 전용 콘트롤러 대신 CF 메모리 콘트롤러 등 다른 부품을 사용하면 속도가 낮아질 수 있다.
차윤주기자 cha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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