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中企, 환율 직격탄

유통사는 결제금액↑…제조업체는 원가↑

 최근 들어 환율이 급등락을 지속하는 가운데 국내 정보통신(IT) 중소기업이 환율 폭탄을 맞고 있다.

18일 통화옵션 파생상품인 키코(KIKO)의 재앙을 피한 국내 중소 IT업체마저 환율 급등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손실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체는 결제금액 증가, 제조업체는 원가상승으로 아우성이다.

환율은 전날 50원 이상 폭등했으나 ‘미국발 금융 쇼크’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이날 44원가량 급락한 1116.0원으로 마감됐다.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의 기준 환율은 800원대 후반에서 900원대에 맞춰져 있다.

콤텍시스템은 최근 시스코에 당초 예상보다 10% 정도 늘어난 약 70억원을 결제했다. 시스코가 8월 회계연도 시작을 기점으로 기준 환율을 900원대에서 1000원대로 조정했기 때문이다. 이전에 구매한 제품도 8월 이후에 결제하면서 결제금액이 10% 가까이 늘었다.

또 다른 시스코 유통업체 A사 관계자는 “최근 몇 달 사이 수억원에 달하는 환차손을 입어 매출목표 달성에도 불구하고, 이익률은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며 “개선안 마련을 요구했으나 아직 별다른 답이 없다”고 말했다.

시세를 기준 환율로 적용하는 다른 벤더의 국내 협력업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유통업체 특성상 계약시점에 일시에 대금을 지급할 수 없어 60일이나 90일짜리 신용장(L/C)을 개설한다. 90일 L/C로 지난 5월 1일 제품을 들여왔다면 결제 금액은 1달러당 130원 안팎으로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이런 환율 급등을 고스란히 국내 유통업체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유통업체 의존도가 높은 한국쓰리콤 관계자는 “파트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환율 관련 내부 회의를 진행했으나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넷앱 관계자도 “최근 국내 파트너사로부터 환율에 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의견이 많아 본사 파이낸스 쪽에 이에 관한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건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부품 수입이 많은 중소제조업체 부담도 만만치 않다.

국내 통신사업자에 IP전화기를 공급하는 B업체 사장은 “공급 단가가 결정된 상황에서 칩세트 등 부품 수입가가 오르고 있어, 수익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환율이 더 오르면 밑지고 납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원가의 70∼80%가 수입 부품인 서버나 스토리지 업체의 부담은 더욱 크다.

태진인포텍과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 임원은 이구동성으로 “중간 수입상은 환율 인상분을 부품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지만, 최종 고객에 납품하는 업체들은 이를 가격에 반영하는 게 어렵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글로벌 무선랜기업인 아루바 김영호 지사장은 “IMF 때는 벤더와 파트너가 50%씩 환율 부담을 나눠가졌다”며 “고객·벤더·파트너가 각각 짐을 나누어 지는 방법이 최선일 것”이라고 밝혔다.

홍기범·이호준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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