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시대’를 활짝 열려면 신재생에너지의 공급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기존 에너지 및 자원 사용량도 줄여나가야 한다. 에너지와 자원을 아낌 없이 사용하는 현재의 사회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을 찾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 에너지 소비 형태를 뒷받침하기 위한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는 2030년까지 20조달러의 비용이 필요하다.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하면 에너지 수요의 50%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에너지 효율화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도 꼽힌다. IEA는 온실가스 저감 목표의 78%를 에너지 효율화로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효율화 관련 세계 시장 규모는 2030년 69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에너지와 자원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은 에너지 절약의 선봉장으로 각광받는다. 저전력 제품 개발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IT를 활용해 전력과 자원의 사용을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에너지 ‘누수’를 막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IT 제품의 전력 사용량을 낮춰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감하는, 그러면서 기업 비용도 낮춰주는 그린IT는 IT 업계의 화두다. 특히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전력 소모 감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 먹는 하마’라 할 수 있는 서버들이 모여 있는데다 온습도 조절도 필수라 운영비의 50%가 전기료로 나가는 상황이다. 공정 설계 개선과 신소재 채택으로 반도체의 전력 소모와 발열을 줄이는 등의 노력이 계속된다.
전체 에너지 소비의 24%를 차지하는 건물 분야의 에너지 절감도 화두다. 조명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25% 줄일 수 있는 LED, 건물의 냉난방·조명·채광 등을 총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빌딩정보시스템(BIM) 등에 관심이 높다. 전력선을 기반으로 모든 통신·정보·관련 애플리케이션 인프라를 한 시스템으로 통합한 스마트그리드 사업에도 국내외 정부와 대기업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제조 공정에 쓰이거나 전자 부품 속에 든 금속 자원의 재활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인도 등 신흥개발국이 세계의 자원을 빨아들이면서 금은 등 각종 귀금속, 구리·아연, 희유금속 등 금속 자원의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인쇄회로기판(PCB) 등에 많이 쓰이는 금 가격은 2005년에 비해 3배 가까이 올랐다. 구리도 톤당 8000달러 안팎이라는 높은 가격대를 계속 유지했다.
이미 금이나 백금·구리 같은 자원은 거의 100% 가까운 재활용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LCD 공정에 많이 쓰이는 인듐이나 식각액 원료로 쓰이는 인산 폐액의 재활용 사업도 활기를 띄고 있다.
한세희기자 hahn@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5~2030년 에너지 인프라 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