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유통업 종사자들은 유통업의 미래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유통은 ‘변화무쌍’한 소비자의 심리를 앞서 읽어야 하는 업태라 한 달이 다르고 1년이 다른 게 그 이유란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래전략 예측이 쉽지 않다면서도 백화점, 할인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덩치를 키워가며 오픈마켓, 전문몰 등 인터넷쇼핑몰의 특성을 흡수하는 이른바 ‘컨버전스’가 키워드가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등 온라인 부문은 소비자가 직접 보고 만질 수 없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진출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지성 ‘자크 아탈리’는 그의 저서 ‘미래의 물결’에서 “해적들을 상대하는 방법으로는 예방을 위한 선제공격이 최선이다”고 말했다. 각각의 유통업태는 상대의 장점을 흡수하고, 자신의 강점을 보완하며 다가올 유통전쟁의 승자로 남기 위해 소리 없는 전투를 벌이고 있다.
◇ 오프라인 유통업계 “모든 채널에서 다 팔자”=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백화점, 할인점을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의 3대 미래전략에는 ‘온라인 쇼핑몰의 전략적 육성’이 명시됐다. 기존 사업 부문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인터넷쇼핑몰도 업계 5위 수준으로 올라서겠다는 것.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인터넷쇼핑몰의 예상판매액(20조원)은 백화점의 예상판매액(19조5000억원)을 넘을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긴장도가 높아가는 상황인 것. 유통업계 ‘빅 3’인 롯데·현대·신세계는 경쟁업체에 비해 없거냐 뒤처지는 유통채널을 추가·보완하고 있는 추세다. 할인점이 없던 현대백화점은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서울 하월곡동과 양재동에 할인점을 출점한다. 신세계는 롯데에 비해 뒤처지던 백화점을 3개가량 늘려 총 10곳에 건설한다. 롯데백화점은 교외지역에는 아울렛을, 도심지역에는 패션전문 쇼핑몰 등 신업태를 개척한다는 전략이다.
◇ 온라인 유통업계 ‘대형화 + 오감만족’=온라인 유통업계는 온라인 내부에서 자리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홈쇼핑은 방송채널뿐만 아니라 인터넷쇼핑몰을 강화한다. 오픈마켓 등 기존 쇼핑몰은 사멸을 반복하며 ‘대형화’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4월 발표한 ‘인터넷 쇼핑 시장의 변화와 대응전략’에 따르면 “시장구조 측면에서는 먼저 오픈마켓이 온오프라인 중견 소매업체들까지 흡수하며 C2C중개몰로 수렴하고 있다”며 “인터넷 쇼핑몰이 성장과 도태를 거듭하면서 대형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직접 물건을 만져 보고 고를 수 없다’는 온라인 유통업계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IT활용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CJ·현대·롯데홈쇼핑 등은 최근 IPTV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향후 양방향 쇼핑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방향성’은 ‘오감만족’으로 확대된다. 상대가 있다는 것 외에 제품을 직접 냄새 맡고, 듣고, 느낄 수 있게 쇼핑환경을 구축하자는 게 홈쇼핑업계의 지향점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해외토픽이나 과학기술 전시회 등에서 발표되는 인간의 오감을 대체하는 기술들이 홈쇼핑에서도 상용화될 것”이라며 “고객은 상품을 직접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 온오프 ‘중국행 급행열차’=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포화상태라 여겨지는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진출, 특히 중국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세계 이마트.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은 중국에 2015년까지 100개 점포를 출점하고 최종적으로는 1000개까지 점포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 역시 중국 내 할인점 수를 꾸준히 늘린다는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해외진출의 비용부담이 적은 온라인 부문도 활발하게 중국 시장을 두드릴 전망이다. CJ홈쇼핑은 2004년 4월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동방CJ홈쇼핑’을 운영해오고 있으며 향후에는 중국 전 지역으로 방송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오픈마켓 G마켓은 일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마켓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도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진욱기자 cool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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