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대 말 탄생한 전파는 어느 새 우리 일상 생활에 깊이 파고들어 생활 필수품이 됐다. 이번에는 이와 같이 전파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가 하면 전파로 인생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인물들을 찾아봤다. ‘전파’ 자체를 뜻하는 ‘라디오(Radio)’. 이 ‘라디오’를 가까이 두고 활용하는 인물들을 만나보자.
<중앙전파관리소 윤희춘 전파감시팀장>
“‘라디오’ 도둑은 제가 잡습니다! 전파가 샐 틈 없이 철통 감시를 하고 있습니다.”
중앙전파관리소 윤희춘 전파감시팀장의 업무는 ‘전파 지킴이’다. 전파법에는 허가를 받지 않고 전파를 사용하거나 지정된 용도와 다르게 주파수를 활용할 경우 징역이나 벌금 등 사법처리를 받도록 돼 있다.
윤 팀장은 전파감시시스템을 통해 사용되고 있는 전파의 편차, 대역폭 등을 철저하게 감시한다. 불법이나 의도적인 간섭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24시간 감시시스템 모니터와 씨름한다. 때로는 전자상가 등에 직접 출동해서 형식 등록을 거치지 않은 장비가 유통되지 않는지도 살펴본다.
그는 “무선국 허가를 받았지만 잘못 운영하는 경우엔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내립니다. 아예 허가조차 받지 않고 전파를 사용했다면 바로 소환해서 해당 지역 검찰에 송치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렇게 전파 사용에 대해 철저한 감시를 하는 이유는 뭘까. “전파의 질서를 지키고 통신의 품질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전파는 주파수 대역마다 쓰임이 달라요. 정부에서 허가 받은 대역을 용도에 맞게 사용해야 합니다.”
대답은 명료했다. 또 무선국 허가수수료와 분기에 1회씩 납부하는 전파 이용료를 부과하기 위해서도 이 같은 감시는 필수적인 작업이다.
요즘 가장 많이 적발되는 사례는 공사현장에서 덤프트럭이 아마추어 무선기기를 불법으로 쓰는 경우다. 통화료가 부과되지 않고 번호를 누를 필요도 없기 때문에 활용한다고 한다.
전파도둑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한해에는 불법 무선국 404건이 단속돼 총1263종의 기계가 압수됐다. 올 상반기에는 264건에 868종이 적발됐다.
<아마추어무선사 이창용 씨>
“아마추어요? 제대로 즐길 줄 아는 프로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전 세계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요?”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이창용(36) 씨는 아마추어무선(HAM) 마니아다. 지난 1992년 아마추어무선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16년 동안 푹 빠져 살았다.
HAM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경제적 이익과 관련 없이 허가를 받아 무선통신을 하는 것을 말한다. HAM의 전파는 지상과 전리층 사이에서 반사를 지속해 지구 반대편까지도 닿을 수 있다. 전 세계와 교신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음성뿐 아니라 영상 등도 교환 가능하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매력은 전 세계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북한을 제외하고는 세계 어느 곳과도 교신을 주고받을 수 있어요. 미지의 세계와의 접촉만큼 매력적인 일은 드물 겁니다.”
이런 특성에 따라 HAM 동호인들은 천재지변이나 국가 비상 시 위급함을 알리고 이를 구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맨 처음 세계에 알린 것도 HAM이었고 성수대교 붕괴, 대구 가스폭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에서도 각자의 통신장비로 재난 구조활동을 펼쳤다. 최근에는 아마추어무선연맹을 중심으로 HAM을 통해 전 세계에 독도에 대한 홍보활동을 전개하기도 하는 등 사회적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소수의 자격증을 부여받은 사람들만 즐길 수 있는 만큼 HAM 동호인 사이에서만 통하는 말도 많다.
“우리끼리는 서로를 ‘국장’이라고 불러요. 방송국에 ‘HL’로 시작하는 호출부호가 있는 것처럼 아마추어무선사에게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호출부호가 나오거든요. 모두 하나의 무선국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니 국장이라는 거죠.”
우리나라에는 아마추어무선사 자격을 소지한 10만명의 동호인을 중심으로 약 5만개의 아마추어 무선국이 활동하고 있다.
황지혜기자 go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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